일반인 최초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한 손영조씨
일반인 최초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한 손영조씨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12.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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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의 긴 도전 성공리에 마쳐 기뻐”

▲ 전북 무주 소재 국립공원관리공단 덕유산사무소에 근무하는 손영조씨(48)는 일반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손 씨는 지난달 10일 마지막 대륙인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4884m) 출정 길에 올라 열흘만인 20일 오전 9시께 등정에 성공했다. 사진은 칼스텐츠 정상에 오른 손 씨의 모습.
“14년간의 긴 도전을 성공리에 마쳐서 기쁩니다. 그동안 도와 준 직장동료와 가족에 감사합니다.”

전북 무주 소재 국립공원관리공단 덕유산사무소에 근무하는 손영조씨(48)가 일반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직장생활과 해외원정 등반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해온 지 14년 만이다.

손 씨는 지난달 10일 마지막 대륙인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4884m) 출정 길에 올라 열흘 만인 20일 오전 9시께 등정에 성공했다.

그는 “정상에 올랐을 때 그동안 심적인 부담과 불안, 초조, 번민이 한번에 싹 씻겨 내려갔다”며 “특히 정상에 오른 날에는 1년에 몇 번 없는 쾌청한 날씨였다. 14년간의 고생을 위로해 주듯 칼스텐츠 정상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정상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등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베이스캠프로 가기 위해 일주일간 헤맸던 정글과 마지막 정상 등정을 위한 800m 암벽 등반을 꼽았다.

지난 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손 씨는 “칼스텐츠는 등반도 힘들지만 일단 베이스캠프로 가는 과정이 험난하다. 정글을 열대성 기후의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일주일간 헤쳐나가야 한다”며 “벌레와 소나기성 비는 지금 생각해도 고통이 느껴질 정도였고 정상을 위해 올라야 하는 800m 암벽도 1박 2일 일정으로 가야 할 만큼 험난했다”고 이번 등반의 난관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위대한 도전’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공무원인 손 씨는 2001년 유럽 최고봉인 엘부르즈(해발 5642m) 등정을 시작으로 2003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해발 6959m), 2004년 북미 최고봉 메킨리(해발 6194m), 2005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해발 5898m), 2008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 2010년 남극 최고봉 빈슨메시프(해발 4895m)를 등정했다.

이번에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츠까지 도전을 마치는 데까지 14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는 “첫 도전 당시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았던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됐다. 직장생활과 산악등반을 병행하다 보니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며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과 항상 장기간 휴가를 떠나는 동료를 이해해 준 직장동료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국내에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산악인은 엄홍길씨와 고(故) 박영석 대장, 오은선·박영미·허영호씨 등 전문 산악인 중에서도 몇명 되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일반인은 손 씨가 최초다.

그는 산악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잘 다니던 대기업 직장까지 그만두고 고향인 전북으로 내려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일하며 지리산과 덕유산 등 전북지역의 산을 오르며 틈틈이 훈련을 이어왔다.

30대에 시작한 도전을 50세가 다 되도록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이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손 씨는 “아직도 북미 최고공이 매킨리에 오를 때가 많이 생각난다. 휴가 일정에 맞추려고 무리한 등반을 하다가 크레바스(crevasse·만년설이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나들었다”며 “목표를 이루고 나니 예전 등반하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른다”고 말했다.

당분간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힌 손 씨는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칼스텐츠에 올랐을 때 기쁨과 함께 한편으로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나이도 오십 줄에 들어섰고 10년 넘게 이것 하나만 보고 달려왔는데 목표가 사라져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손 씨는 “짐을 정리해 칼스텐츠를 떠나오면서 나이에 맞는 도전은 어디에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하고 마음을 추슬렀다”며 “우선 휴식시간을 좀 갖고 새로운 목표를 정해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