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문은 참다운 삶 성찰하는 계기"
"교황 방문은 참다운 삶 성찰하는 계기"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03.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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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바오로 2세 방한때 '한국 가정교사' 장익 주교

[신아일보=오규정 기자] "교황께 우리말도 가르쳐 드리고 엄청난 양의 한국 관련 자료를 일일이 번역해 드렸어요. 방한 준비를 어찌나 철저히 하시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지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앞두고 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장익(81, 사진) 주교는 30년이 지났지만 그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선보여 천주교인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었다.

장 주교가 교황에게'한국 가정교사'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장 주교를 만났다.

장 주교는 1963년 사제품을 받은 뒤 교황청 종교대화평의회 의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2010년 천주교 춘천교구장에서 은퇴한 뒤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자 소설의 무대인 춘천의 실레마을에서 지낸다.

장면 전 총리의 7남매 중 넷째로, 경기고와 서울 성신대학(현 가톨릭대학교), 미국 메리놀대학 인문학과를 졸업한 뒤 벨기에 루뱅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주교는 "교황께서는 우리말부터 배우겠다고 하셨을 정도로 한국 방문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셨다"며 "농반진반으로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방한 기간에 했던 22번의 강연 원고를 남에게 대필시킨 적이 한 번도 없다. 일정이 늦게 끝난 날에도 한밤중에 구닥다리 타자기를 두드리며 원고를 직접 쓰고 살을 붙여 오라고 했다.

장 주교가 교황과 인연을 맺게 된 고리는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다.

장 주교는 김 추기경이 교구장이었던 서울대교구의 비서실장 겸 공보실장을 거쳐 5·18이 일어나던 1980년 서강대 교수로 있었다. 학교가 사실상 폐쇄되자 관심 분야였던 철학을 공부하러 로마에 갔고 이때 김 추기경이 찾아왔다.

김 추기경은 "교황께서 방한하시는데 로마에 연락책이 없으니 마침 잘 됐다. 방한 준비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올해는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에서 103위 시성식을 연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2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을 승인한 데 이어 올 8월로 예상되는 방한 기간에 시복식을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