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 앞둔 74세 학생
초등학교 졸업 앞둔 74세 학생
  • 신용섭 기자
  • 승인 2014.02.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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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동광초 임옥진 할머니"배움의 한 풀었어요"

 
[신아일보=신용섭 기자] 충북 보은의 동광초등학교 6학년 1반인 임옥진(74) 할머니는 요즘 시간 가는 게 아쉽다. 며칠 후면 졸업과 함께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임 할머니는 "급우라야 손자보다도 어린 아이들이지만, 그들과 함께한 여섯 해의 추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고 아쉬워했다.

1939년생인 임 할머니는 어린 시절 생활고에 찌들면서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자랐다.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살던 그는 몇 해를 머뭇거리다가 2008년 마침내 집 근처 초등학교에 당당히 입학원서를 냈다.

더이상 배움을 늦췄다가는 영원히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학교 측이 '교무운영위원회'까지 소집하고 고민한 끝에 입학을 허용하면서 그녀는 꿈에 그리던 '학생'이 됐다.

예순 살 넘게 차이 나는 학생들에 섞여 하루종일 수업받고, 급식실서 함께 식사하면서 여섯 해를 보냈다.

"저러다가 말겠지"하는 주변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숙제 한번 거르지 않을 정도로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

김인식 담임교사는 "비록 성적은 최하위권이지만, 향학열만큼은 1등"이라고 평가했다.

임 할머니는 "학년이 높아지면서 수학과 과학과목이 어려워졌다"며 "백내장 수술을 한 눈까지 속을 썩이면서 공부가 많이 뒤처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녀는 "글을 읽고 쓰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늙은 학생을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학교 내 호칭은 '반장'이다.

입학할 당시 교장 선생께서 붙여준 호칭이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졸업식에는 그동안 담임을 맡았던 교사들이 대거 찾아와 '영원한 반장'의 영광된 졸업을 축하해줄 예정이다.

학교 측도 그녀에게 정성 담은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임 할머니는 "집에서는 큰 며느리와 둘째 아들 내외가 졸업식에 오기로 했다"며 "비록 사각모 쓴 거창한 자리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가장 기쁘고 감격스러운 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