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고려인 후원천사 조영식 회장
‘얼굴 없는’ 고려인 후원천사 조영식 회장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01.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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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지원단체 ‘너머’ 통해 3년간 2억여 원 기부
 

[신아일보=오규정 기자] “한국말을 모르니 고국에 와서도 막노동밖에 할 수 없어요. 마땅한 지원도 없어 한국말을 배울 수 없다보니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해요. 월급을 적게 줘도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죠. 참 안타깝습니다”

세계적 진단시약 업체인 ‘에스디(SD) 바이오센서㈜’의 조영식(54, 사진) 회장에게 고려인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조 회장은 최첨단 진단시약을 만드는 기업가로 국내외에 잘 알려진 인물. 하지만 그가 고려인 동포들을 남몰래 도와온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조 회장은 예전에는 존재조차 잘 알지 못했던 고려인 동포들과 인연, 그들을 돕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두 해 전 5월, 그는 신문사에 다니는 기자 친구가 좋은 일 한번 하라며 데리고 간 경기 안산 ‘땟골’에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했다. 그곳에서 전해 들은 고려인들의 사정이 너무도 딱했기 때문이다.

땟골을 찾았을 당시 허름한 건물 지하에서 고려인 야학방을 운영하던 ‘너머’라는 단체를 알게 됐고, 초면에 도움을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경기 수원의 유신고를 나온 조 회장은 2011년부터는 모교에 장학금도 전달해오고 있다. 매년 1억원씩 5년간이다. 장학금은 매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생활비와 대학 입학금에 쓰인다.

이런 일도 그의 ‘은둔형’ 기부 스타일 때문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린 시절을 무척 가난하게 보냈다는 조 회장은 사는 데 여러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했다. 본인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장학금으로 다녔는데 그렇게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이런 ‘인프라’를 만들어놓은 학교와 사회가 고마웠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고려인 동포 돕기와 모교 후원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조 회장은 제대로 된 고려인 지원 체계가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고려인들의 처지를 가까이서 봐줬으면 하는 바람도 얘기했다.

그러면서 고려인들을 위한 전용 학교가 세워져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고려인 전용학교를 세우는 일이라고 봐요. 젊은이들, 어린이들이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죠. 이는 국내와 고려인들이 많이 사는 해외 현지에서 동시에 추진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