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체형에 맞는 승용마 육성”
“한국인 체형에 맞는 승용마 육성”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3.12.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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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난지축산시험장 김남영 연구사
▲ 김남영 연구사와 한국형 승용마 육성 프로젝트 1세대 씨수말 ‘조로’.

[신아일보=이은지 기자] “어린이가 타더라도 겁을 내지 않을 140∼150㎝ 높이의 체형, 털은 검은색, 당연히 품성은 온순해야하고 2시간 정도 가볍게 뛰더라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지닌 말, 그런 말을 꿈꾸고 있습니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를 앞두고 국산 신품종 승용마 육성에 노력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시험장 김남영(42) 연구사에게 단순하게 물었다.

“언제쯤 세계가 인정할만한 우리 신품종 승용마를 만날 수 있습니까?”

김 연구사는 조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앞으로 10년은 더...”라고 답한다.

신품종 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5세대라는 긴 기간 선발과 도태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현재 농진청은 3세대 연구를 진행중이며 1세대에 필요한 시간이 4∼5년인 것을 감안할 때 아직 10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농진청은 토종 조랑말과 경주마 ‘더러브렛’을 교잡한 1세대 말을 육성한 다음 이들 말끼리의 교배를 통해 체형과 품성, 지구력을 갖춘 말을 선발하고 있다.

여기에 털색과 체형 유전자 분석이라는 첨단 생명공학을 접목시켜 더욱 과학적인 품종 육성에 도전하고 있다.

김 연구사는 “과학적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승용마의 기초 자질인 온순함은 말과의 스킨십을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람의 겨드랑이 부위인 말의 몸통과 다리 사이, 그리고 발목은 무척 예민한 부위인데 수시로 여기를 만져 순한 녀석을 찾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다친 경험이 많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김 연구사는 마냥 웃으며 말이 좋단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소중한 반려동물이지만 말에 비할 수는 없다. 스킨십 얘기를 했지만 승마라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교감 행동이기 때문에 말도 사람도 승마를 통해 그만큼 서로에게 애정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

김 연구사는 마지막으로 “낙마는 인재(人災)”라는 말을 한다.

“승용마는 타는 사람과의 정확한 교감을 통해 움직인다. 만약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보이거나 명령을 내리면 말은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만들어내려는 말은 낙마를 했다면 그건 인재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