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물가부터 잡자
고삐풀린 물가부터 잡자
  • 신아일보
  • 승인 2008.06.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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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통화위 10개월째 기준금리 5%로 동결
李 총재 “인플레 경계, 물가안정 기반 훼손 유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5.00%로 동결한 것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높은 물가 상승률과 시중유동성 상황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까지 치솟았고 시중유동성도 빠르게 팽창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동결 전망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내수부진과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배럴당 140달러를 육박하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국내 소비자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금리 동결에 더욱 힘이 실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9% 급등했다.
이는 2001년 6월 5.0% 이후 6년11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관리목표 상한선인 3.5%를 넘어섰다.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1월 3.9%, 2월 3.6%, 3월 3.9, 4월에 4.1%, 5월 4.9%까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4월의 시중 유동성 증가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통화량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과 함께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 평잔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14.9%가 늘어났다. 증가율은 지난 1999년 6월의 16.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시점을 올해 연말이나 내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유가 안정,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서 물가상승 압력이 해소되면 올 연말 정도에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것이다.
이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물가안정 기반을 훼손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창립 58주년 기념사를 통해 “최근의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는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서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면서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이 지정학적 충격과 같은 일시적 요인보다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의 고성장에 따른 수요 증대에 크게 기인하고 있어 그 영향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일반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총재는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비용 측면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라 하더라도 그동안 애써 다져온 물가안정 기반을 훼손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상황에 대해서는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으로 산업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데다 내수가 부진하고 향후 경기전망의 불확실성도 높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면서 “고용사정 악화는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의 성장세를 더욱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물가안정과 함께 성장과 고용에도 관심을 가지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통합으로 해외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통화스왑 거래 등을 통해 원화시장과 외환시장 간의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통화정책의 효과가 불확실해지고 어느 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다른 시장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변화와 원화시장과 외환시장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정책대응을 해나가야 겠다”고 밝혔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 출현, 금융 증권화 진전 등으로 금융시장의 구조가 중층화될수록 시스템리스크가 커지고 최종대출자로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위기발생시의 대응능력을 새로능력을 다시 점검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중기적 시계에서의 경제흐름에 보다 유의하면서 유연하게 운영해 나가야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올해 3월 시행된 새통화정책 운영체계가 콜금리의 시장성 회복과 이를 통한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라는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