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中企 “엔저 암초로 기업 침몰”
수출 中企 “엔저 암초로 기업 침몰”
  • 윤다혜 기자
  • 승인 2013.05.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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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01엔 돌파… 마지노선 무너졌다”

“엔저라는 암초를 만나 기업이 침몰하고 있다.”
생산량의 70%를 수출하는 부천 소재 기계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수출물량이 30~50% 급감했다.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경쟁업체들에 야금야금 거래처를 빼앗아가고 있는 상황.
A사 관계자는 “수출 감소분의 60~70%은 일본 기업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달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하면서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엔화 약세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오른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중소기업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500여 개사가 답한 엔·달러 환율 마지노선의 평균은 101.1엔으로 집계됐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기준 102.5엔까지 오른 상황. 수출 중소기업들의 대부분이 일본 기업에 수출 경쟁력 으로 밀리며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업종별로 보면 이미 철강(103.0엔), 기계·정밀기기(103.2엔), 조선·플랜트(103.5엔) 등을 제외한 다수의 업종에서 환율 마지노선이 붕괴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97.7엔), 석유화학(99.6엔), 자동차·부품(99.7엔), 정보통신기기(100.3엔), 음식료·생활용품(100.7엔), 섬유·의류(100.9엔), 고무·플라스틱(101.1엔), 가전(101.3엔) 등 대다수 업종이 이미 한계를 만났다.
산업용 자동제어 기기를 일본 기업에 납품하는 B사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회사는 최근 엔화 약세로 매달 100만~200만원의 환차손을 보고 있다.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최근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는 게 오히려 독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상황.
B사 관계자는 “조만간 거래처인 일본기업과 단가조정에 나설 계획이지만 녹록치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엔저 상황이 올 한 해동안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을 옭아매는 족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응답기업 43.7%는 올해 하반기도 엔저 탓에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기업 70.0%가 올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 ‘전년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만약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치솟을 경우, 우리 수출 중소기업들의 총 수출은 14.4% 감소할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음식료·생활용품(-26.5%)와 고무·플라스틱(-20.5%), 반도체·디스플레이(-20.0%) 등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금속(-18.6%), 조선·플랜트(-13.6%), 자동차·부품(-12.5%) 등도 올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게 됐다.
수출 중소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엔저 현상에 따른 최우선 대응책으로 ‘수출시장 다변화’(42.2%·복수응답)를 노리고 있다.
또 원가절감 및 생산성향상(39.2%), 결제통화 변경(25.4%), 해외마케팅 강화(22.8%)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