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열어가는 ‘國土’
새롭게 열어가는 ‘國土’
  • 신아일보
  • 승인 2008.03.1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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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엄청난 産苦끝에 새 정부의 조직개편이 마무리되어, 국토해양부가 명실상부한 국토관리 총괄부처로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아우르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우리의 국토를 활기찬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나가야 할 책무가 우리의 양 어깨에 짊어지워졌다"
21세기 글로벌경쟁의 파고를 헤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를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선결 과제임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은 그만큼 막중하다.
건강한 국토란 무엇을 뜻하는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보장되고 재해로부터 자유로운 국토’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엔 어떤 명분의 개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환경 측면에서의 철저한 검증이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이로인해 때로는 시급한 국책 과업이 지장을 받기도 하지만, 국토가 우리 당대뿐만 아니라 후손들과 대대로 공유해야 할 생존기반임을 생각한다면 이같은 흐름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 순간에 닥치는 재해는 또 국토에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는가? 수마에 찢겨나가고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해버린 산하, 그리고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힌 바다의 참상을 겪으면서 국토를 건강하게 가꾸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지중한 과제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국토를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우리의 국토면적은 약 9만9000㎢(북한까지 합쳐도 22만2000㎢)에 불과하다. 면적 기준으로만 보면 세계 110위에 해당하는 소국이면서 인구밀도는 472인/㎢에 달하는 고밀도국가이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물리적으로 공간의 이용효율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국토의 외연을 넓혀나가려는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강역을 일컬어 삼천리강산이라고 말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를 대략 천리, 서울에서 의주까지를 천리, 그리고 의주에서 두만강 끝까지를 또 천리로 보아 종횡으로 삼천리를 우리영토의 범위로 한정지은 것이다. 그러나 광활한 만주벌판을 누볐던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이며, 가깝게는 근세 초까지만 해도 간도 일대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했던 영역이었음을 상기하면 이런 인식은 온당하지 못하다. 평소의 의식이 장래의 행동을 결정지을진대, 우리 강역을 삼천리로 국한하는 이런 표현은 매우 유감스럽다.
우리는 또 전국 곳곳이란 의미로 ‘坊坊曲曲’이라 말한다. 원래 坊은 동네, 즉 ‘사람 사는 곳’을 뜻하며 曲은 ‘산천이나 길의 굽이굽이’로 풀이된다. 어쨌거나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땅’을 전부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같은 뜻으로 ‘津津浦浦’라고 쓴다. 모든 나루와 포구를 말하는 것이니, 늘 눈길을 바다에 두었던 그들의 외향적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우리도 해양을 품에 안고 국토를 넓혀나가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구상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운하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물류와 산업 추동력에 대한 검토·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장구한 세월동안 좁은 땅에서만 웅크려 지내온 눈을 들어 내륙을 해양과 직접 연결하는 통로를 연다는 발상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국토골격의 개조로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예상되는 문제점을 꼼꼼히 짚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국토는 유한한 공간이지만 우리의 안목과 지혜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넓게 쓸 수 있다. 그 큰 틀을 짜고 하나하나 실행해나가는 것이 국토해양부에 맡겨진 시대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