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한 알이 인류를 살린다
종자 한 알이 인류를 살린다
  • 박 홍 재
  • 승인 2013.04.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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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옛말이 있다.

농부에게 목숨보다 귀한 한 알의 종자는 수백, 수천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오늘날의 농업은 이러한 식량 보급 차원을 벗어나 생명(BT)산업, 정보(IT)산업과 융·복합해 첨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구와 함께 40억년 동안 진화를 거치며 변화하고 축적된 유전자원은 한 번 소실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자원이다.

이러한 유전자원을 활용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미국 최고의 주식 투자가 워렌버핏은 특히 콜라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이 콜라를 합성 음료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으나, 답은 ‘아니오’다.

최초의 콜라는 1886년 미국의 J.S. 펨버턴 박사가 코카나무의 추출물과 콜라나무 열매의 추출물을 혼합해 만들었다.

머리를 맑게 하고 두통에 효과가 있어 처음에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이었다.

콜라나무는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높이는 20m에 달한다.

콜라나무의 종자에는 커피에 들어 있는 양의 2~3배에 달하는 ‘카페인’과 ‘콜라닌’이 들어 있는데, 종자를 생으로 씹으면 흥분과 활기를 느끼기 때문에 예부터 아프리카 사람들은 건조시킨 종자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녹인 것을 음료로 이용했다.

세계적인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의 원료는 바로 버드나무다.

버드나무과는 온대에서 한대까지 약 350종이 있다.

기원전 1550년에 만든 파피루스에도 버드나무 껍질이 해열, 진통, 소염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1830년대에 와서야 그 효과가 버드나무 껍질에 들어 있는 ‘살리신’이라는 물질 때문임이 알려졌다.

1875년 스위스의 의사 카를 부스에 의해 장티푸스나 류머티즘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으나 맛이 좋지 않고 먹으면 구역질이 나기 때문에 복용하기 매우 어려웠다.

1897년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과 아세트산을 섞어서 맛을 훨씬 좋게 한 새로운 약을 합성했는데, 아세트산(acetic acid)의 ‘a’와 버드나무의 학명(Spiraea)의 앞 글자를 합성해서 ‘아스피린(aspirin)’이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합성된 아스피린은 20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독감 치료에 성공을 거뒀고, 전 세계 모든 가정의 상비약으로 자리 잡게 됐다.

‘타미플루’는 지난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유일하게 인정받은 약이다.

스위스의 ‘로슈’ 제약회사는 ‘타미플루’로 매년 2~3조원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로슈’는 2016년까지 ‘타미플루’특허권을 가지고 약을 독점 생산할 수 있는데, 수요량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모자라 세계적인 공급 부족사태를 빚은 적도 있다.

이 약의 원료는 중국에서 향신료용으로 쓰던 ‘스타아니스(Illicium verum Hook. f.)’라는 식물이다.

향신료에 불과했던 이 식물의 열매가 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제약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스타아니스’는 오늘날 치약과 비누 등의 위생용품부터 캔디, 과자, 향수, 담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 아직 인류가 밝히지 못한 유전자원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유전자원 강국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리히터 규모 7 수준의 내진설계와 입출고를 로봇이 담당하는 최첨단 종자저장시설을 갖춘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식물 유전자원 2773종, 20만1244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6위 수준이다.

한 알의 종자는 인류를 살릴 수 있기에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전자원 수집과 보존 및 연구에 국가적 역량을 집결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