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시기놓고 갈등 격화
한나라, 공천 시기놓고 갈등 격화
  • 신아일보
  • 승인 2008.01.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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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당선인 진영-朴 전 대표 진영 총선 전쟁 전면전
李당선인 진영-朴 전 대표 진영 총선 전쟁 전면전
朴측 “총선 공천 연기,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
李측 “새 정부 출범시키고 공천해도 늦지 않는다”

총선 공천 시기를 둘러싸고 이명박 당선인 진영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총선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당선인이 2월 25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공천을 늦출 것을 시사하자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대한 언급까지 불사하면서 양 진영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

◇朴측 “총선 공천 연기,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
이날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의 발언에 앞서 마이크를 잡으며 공천 시기를 둘러싼 논쟁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최고위원은 “일부에서 총리인준과 새 정부 출범과 관계되는 정부조직법 개편 등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 대통령 취임식 이후로 (공천을) 미룬다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반한나라당 175명의 국회의원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안을 내놓기 전에는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공천과 관련해서 자꾸 이야기가 증폭되고 있는데 이것은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집단지도체제이고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과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최고위에서 총선 공천과 관련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자꾸 분란의 여지가 생기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최고위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최고위에서 총선 공천과 관련해 투명하게 빠른 시간 내에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주길 바란다”며 “강 대표가 지난 연말에 총선기획단 구성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체화된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 진영의 입장 표명이 부족했다고 느낀 탓인지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실로 내려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식 이후 공천 연기설’에 대한 반대 입장에 못을 박았다. 지난 11월 초 최고위원에 임명된 후 공식적으로 박측 진영의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지역에서 선거를 하려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 데 2월25일 이후에 공천을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날짜”라며 “(이 당선인측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거기에 반드시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선거만큼 중요한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천 심사를 아주 신중하게 잘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공천을) 늦추는 이유가 당치 않다”며 “총선기획단이 1월20일쯤 출범하고 공천심사위가 구성되면 17대 총선에 비해서 꼭 한 달이 늦어지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천 시기와 관련해서는 “그 때 가면(2월 25일 이후에 하면) 늦는다”며 “날짜를 못박기 어렵지만 경험상 선거에 이기는 첩경은 훌륭한 후보를 하루라도 빨리 결정해 선거전에 뛰어드는 것이 왕도다. 누구를 내놓아도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으로 된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영남권 물갈이설에 대해서는 “정치권에 항상 얼굴 없는 말이 많이 나오는 데 물갈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비인격적이다. 정치 후진적 용어”라며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을 지켜 온 동지들을 물갈이란 말로 인격 모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사청문회나 정부조직법 개정 등을 이유로 공천연기를 주장하는데 이유가 안 된다”며 “공천은 공천대로 잘 하고, 인수위는 인수위대로 잘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천이 사실 정당의 전부다. 정당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 국회가 잘 되느냐가 공천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해도 결코 빠른 게 아니다”면서 “총선은 4월 9일로 코앞에 다가왔는데 공천을 2월 임시국회가 지나서 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부터 빨리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또 “지금부터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하고, 빨리 공천심사에 착수하면 2월 초 정도에 1차 발표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것을 굳이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 일괄적으로 연기를 한다는 건 그건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李측 “새 정부 출범하고 공천해도 늦지 않는다”
이처럼 박 전 대표 진영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인 진영은 줄기차게 인사청문회와 법령 정비 등의 작업을 한 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총선 공천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먼저 공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자 “물갈이라는 용어는 언론이 편리하게 쓰기 위한 용어다. 당직자가 물갈이라는 용어를 쓴 일은 없다”면서 “물갈이, 인적쇄신 등의 말은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독재를 하는 사람이 의도를 갖고 몇 %를 청산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정당,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좋은 사람들을 우리가 선택해야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람을 고르다 보면 나중에 통계를 뽑아보면 몇 %가 됐다고 되는 것이지 의도를 갖고 물갈이, 인적쇄신을 하는 일은 없다”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우리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서 좋은 사람을 고르다 보면 그것이 몇 %가 될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공천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당헌당규대로 하는 것”이라며 “공천 시기는 일부러 미룰 필요도 없고 무리하게 되지도 않는데 정치 공세적으로 빨리 하라, 무조건 당장하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러 가지 정치상황을 잘 판단해서 아무런 사심 없이 해야 한다. 이런 결정은 결국 최고위에서 결정하고, 최고위는 빠르고 충분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총선 준비를 위한 실무기획단을 1월 10일께 구성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공천 시기에 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2월 임시국회가 소집돼 있고,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할 법안들이 많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회, 각종 인수위 활동으로 인해서 생길 여러 가지 법령들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2월에 공천 작업을 하면 제대로 되겠느냐. 혹시라도 일부 탈락될 분들이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이 제대로 협조가 되겠느냐. 따라서 2월에 공천을 빨리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양 진영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돌입함에 따라 당분간 중재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당선자는 2월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개편안 등을 처리하는 데 있어 박 전 대표측의 도움이 절실하고, 박 전 대표 측은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정권교체라는 ‘승리카드’를 쥔 한나라당이 당내 공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순항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