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자-朴, 화두는 ‘공천 문제’
李 당선자-朴, 화두는 ‘공천 문제’
  • 신아일보
  • 승인 2007.12.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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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갈등 요소로 표면화된 공천 문제 미묘한 신경전
당내 갈등 요소로 표면화된 공천 문제 미묘한 신경전
李 당선자 “긴 시간 동안 반성 하고 오랫동안 애썼다”
박근혜 “대통령이 됐으니 정치가 발전하도록 해 달라”

4개월여 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의 화두는 역시 ‘공천’이었다.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는 지난 29일 오후 당선자 집무실이 입주한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대선 이후 처음으로 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도록 협력하자는데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최근 당내 갈등 요소로 표면화된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회동은 특히 이 당선자가 언급한 ‘희생’이란 단어를 둘러싸고 친박(親朴)계 의원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박 전 대표가 활발한 정치 행보를 딛고 있는 때에 마련된 터라 더욱 주목받았다.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자의 대선 승리로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점을 언급하면서 “선택을 받기까지 국민들에게 굉장히 많은 약속을 했으니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이 당선자는 “긴 시간 동안 반성을 하고 오랫동안 애썼다”면서 “사실은 2004년에도 (한나라당이) 공천 개혁을 진짜 제대로 했다”고 말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을 둘러싸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던 한나라당이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의 기억을 되돌린 것.
그러나 미묘한 시기인 만큼 이 당선자의 ‘공천 개혁’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기선 제압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즉각 “사실 공천 문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초석인데 거기서부터 삐걱거리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이 당선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요. 내 생각도 똑같습니다”라고 받아쳤다.
이 당선자는 이어 “국민들이 볼 때 ‘이 사람들이 밥 그릇 챙기나’ 그렇게 볼 테니 (공천은) 아주 공정하게…”라며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게 있고 또 한나라당에 바라는 게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이룬 마당에 총선을 앞두고 당내 지분 다툼이 불거지면 대국민 이미지가 안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명분을 내세운 것.
박 전 대표는 이에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정치가 발전하도록 해 달라”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속 (정치가) 발전해 나가도록 해 달라”고 응수했다.
이 당선자가 과반수 의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들로 공천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반면, 박 전 대표는 ‘정치발전’이란 표현 아래 친박계 의원들의 공천 배제 가능성에 대한 불만을 녹여냈다.
40여분 간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는 적어도 공천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