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대학 경쟁력 새로 짜야
좁아진 대학 경쟁력 새로 짜야
  • 신아일보
  • 승인 2007.11.12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 ‘더 타임스지 서플먼트(THES)’와 채용 컨설팅 업체 ‘QS’가 실시한 세계대학 경쟁력 평가에서 200위 안에 든 한국대학은 서울대(51위) 한국과학기술원(KAIST 132위) 두 곳뿐이다.
200대 대학 가운데 미국 대학이 57곳, 영국 대학이 32곳이었고 일본 11곳, 중국 6곳이었다. 인구 500만 명도 안 되는 싱가포르가 전체 3개 대학 중 2곳이, 홍콩은 8개 대학 가운데 3곳이 선정 됐다.
우리대학 진학률은 82%로 양적으론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은 아예 명함조차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다.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현주소다. 서울대가 작년 보다 12단계 상승했다지만 51위에 그쳤고 KAIST은 132위로 20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이처럼 부끄러운 성적은 최근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와 완전히 딴판이다. 대학교육의 질이 아직도 형편없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창조적인 지식유목민들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국가 경쟁력의 요체가 되는 시대에 한국 경제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민간 교육비 지출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돈을 쏟아 붓고도 수준 높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질 높은 교육을 받기 위해 유학을 떠난 이들이 20만 명에 이르고 조기유학을 떠나는 초·중·고등 학생만 한해 3만 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해 40억~50억 달러를 유학과 연수비용으로 써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정부가 입시문제까지 규제 간섭하는 ‘교육 관치’아래서 우리대학들이 창의와 경쟁은 극대화하는 세계의 대학들과 겨루기란 애당초 무리다.
작년 4월 한국 대학신문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경쟁력 강화방안’ 설문조사에서 ‘대학 자율성 강화와 정부간섭 최소화’가 1위로 나온 것은 당연하다. 3불 정책을 비롯해 내신반영 비율향상, 논술 가이드라인, 등록금 인상 규제, 로스쿨 정원 배정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대책의 손발을 묶으고 있으니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대입시를 없애 대학을 사실상 평준화하겠다는 시대착오적 공약을 내놓은 대선 후보도 있다.
이번 세계대학 평가에서 미국 하버드대가 4년째 1위를 지켰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미국 예일대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반면 국가가 대학을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나라의 대학들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가 60위를 차지했고 프랑스 그랑제콜 (엘리트 양성특수대학)도 26위에 그쳤다. 자율과 경쟁을 통해 대학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하면 외국 대학들을 쫓아가기 힘겨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