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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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아일보
  • 승인 2007.10.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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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영국국의 옥스퍼드대학이 세계 30여개 주요문자를 대상으로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을 심사한 결과 한글이 1위로 평가되었다”
굳이 이런 외국의 연구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한글이 세계 어떤 문자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문자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글이 정보화시대에 아주 적합한 언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한글은 컴퓨터 자판상에서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보내기 면에서 구조적으로 다른 언어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쉴새 없이 문자를 찍어대는 이른바 ‘엄지족’도 一字一音에 기초한 한글이라는 토양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풍속도가 아닐 른지. 그런데,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즐겨 쓰는 은어나 인터넷언어로 인해 한글이 훼손되고 있음을 개탄하면서, 국적불명의 언어오염으로부터 한글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신다.
갈비(갈수록 비호감), 단무지(단순.무식하고 지식이없음), 완소(완전 소중함), 훈남(훈훈한 남자) 식의 극단적인 축약표현에서부터, 낚이다(속았다), 삽질하다(실속없이 헛수고하다), 재섭다(재수없다), 안습(안구에 습기차다=애처롭다. 측은하다), 죠낸(진짜)등 완전히 뜻을 바꾸고 지어내거나, 지어 ㅅㄱ(수고), ㄱㅅ(감사), ㅂㅅ(병신) 등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 정도이니 아닌게 아니라 그분들이 혀를 찰만도 하다.
이 같은 염려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달리 생각하면 이것도 어찌할 수 없는 언어의 진화과정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이지나면서 이들 신생언어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일부는 국민대다수가 수용하는 쪽으로 정리될 터이니까….
사회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정보화.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신조어가 끊임없이 생성,통용되는 것은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중국 교육부는 공식적으로 2006년의 신조어 171개를 발표하였고, 최근 영어권에서도 ‘21세기의 단어’ 9개가 소개된 바 있다. 흥미로운 몇가지만 소개한다.
* 중국의 신조어 : 草根.民(풀뿌리네티즌), 手機幻聽症(手機=휴대전화, 곧 휴대전화벨이 시도때도 없이 울린다고 여기는 증상), 托業(TOEIC), 托福(TOEFL),住房痛苦指數(㎡당 주택가격과 월수입의 비율)...* ‘21세기의 단어’ : 섹스 업(sex p: 원래 ‘性的으로 흥분시키다’는 뜻이나, 어떤 일을 ‘사실과 다르게 부풀리다’로 바뀌어 쓰임),악의 축(Axis of evil: 이라크, 이란, 북한을 테러위협국으로지칭), 조류독감(bird flu),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언어 총 6,800여개 중 문자로 적을 수 있는 것은 불과 40여종이라고 하는데, 이 언어들이 종국에는 4~5개만 남고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청나라의 만주어가 사실상 소멸되고 아프리카의 토속어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반면, 오늘날 영어가 국제공용어가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곧,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온전히 지켜나 가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파괴적이고 정체성 없는 언어오염을 경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번뜩이는 신조어나 간편한 어법들은 가려서 수용함으로써 한글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한글날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일제치하였던 1926년 11월 4일에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아‘가갸날’을 정한 이래, 1940년부터 10월 9일로 날짜를 바꾸어 기념해온 한글날. 1990년부터는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더니, 요즘에는 기념식행사중계 조차도 없다보니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한글에 대한 사랑까지 차갑게 식어 가는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