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곡물파동' 다가온다
최악의 '곡물파동' 다가온다
  • 전민준기자
  • 승인 2012.08.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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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 가뭄 심화...소맥 두달간 45% 급등
향후 미국의 가뭄 등 기후 여건이 악화될 경우 글로벌 곡물시장 상황이 과거 두 차례의 '곡물파동'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애그플레이션' 공포도 실물 경제를 서서히 위협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것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 농산물가격지수는 6월 중순 이후 미국 등 북반구의 가뭄이 심화되면서 6월15일부터 8월10일까지 두 달간 34% 급등했다.

품목별로 소맥은 7월말 부셸(27.2㎏)당 9달러를 웃돌면서 두 달간 45% 올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7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소폭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각각 38%, 24% 상승했다.

다만 쌀 가격은 6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14.5%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투기 자금이 유입되거나 주요 생산국들의 수출 제한 움직임 등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수급 불균형과 작황은 올해가 가장 나쁠 것"이라며 "미국의 건조한 기후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곡물시장 상황이 과거 두 차례 곡물파동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세계 최대 생산 및 수출국인 미국이 전세계 곡물 생산 차질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7월 말에서 8월 초 미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에 비가 내리고, 기온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다.

10월까지는 남서부 일부를 제외하고 건조한 기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급 여건을 살펴보면 미 농무부는 올해와 내년 전세계 곡물 수급이 4000만톤 생산 부족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6월까지만 해도 생산 초과를 예상했지만 가뭄이 지속되면서 6월보다 생산 전망치를 1억2300만톤(5.2%) 하향 조정한 것이다.

생산 부족으로 재고율은 5년래 최저치인 18.8%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육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6일을 기준으로 옥수수의 생육상태가 양호하거나 우수한 비율은 23%로 2007년~2008년의 56%를 밑돌고 있다.

가뭄으로 생육상태가 최악을 기록했던 1988~1889년(18%)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대두 역시 양호하거나 우수한 비율이 29%에 그쳐 2007년(61%)은 물론 1988~1989년(23%) 이후 최악이다.

한편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10년을 기준으로 26.7%에 불과하다.

쌀(104.6%)을 제외한 밀(0.8%), 옥수수(0.8%), 콩(8.7%)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