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없는 NGO
시민이 없는 NGO
  • 신아일보
  • 승인 2007.07.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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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주필

"시민단체는 정부·사회 잘못을 감시하는 소금이나 그늘진 곳을
밝히는 촛불의 역할해야"
‘권력은 한겨울 모닥불과 같아서 너무 바짝 붙어있으면 타죽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얼어죽는다’는 한 정치인으로부터 이런 비유를 듣고 권력을 둘러싼 인간 관계의 속성을 짚어보며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치 권력의 부침이 심한 경우엔 더더욱 권력과는 ‘불과근 불과원’의 자세를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시민 없는 단체’ 또는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특정 이념이 전도됨으로써 권력화 관변화 한 비정부기구(NGO)가 아닌 친 정부기구라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어느 사회에서든 시민단체는 정부 사회 잘못을 감시하는 소금이나 그늘진 곳을 밝히는 촛불의 역할은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시민 단체들도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대 개발 경제시대에 부정부패, 비리, 환경 파괴 등 사회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민주화가 된 이후 변질돼 질타 받은 시민 단체들이 많아져 많은 국민은 안타깝게 했다 이런 NGO는 정부나 기업의 몫이다.
“정책 결정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사회적 중요도에 부합하지 못하는 도덕성과 책임감 때문에 국민에게 외면 받는 단체도 있다.” ‘스트라이킹 어 밸런스’ 의 저자 앨런 풀러는 이런 NGO를 이렇게 묘사했다.
서류가방만 들고 다니는 단체를(Briefcase). 돈벌이를 위해 설립된 단체는(Commercial). 가짜단체를(Fake). 범죄자들이 만든 단체는 (Criminal). 정부에서 돈은 받아서 운영하는 단체를(Government owned) 등으로 부른다. 등록된 NGO만 해도 현재 우리나라에 6000여 개의 NGO가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간섭을 받는 재단과 사단법인을 제외하면 등록된 NGO는 1000여개 정도다. 이런 시민단체는 정부나 기업 이익단체의 활동을 감시하며 사회변화운동을 벌인다.
반면 권력화 관변단체화는 최대 독소다. 우리는 어떤가 많은 시민단체 인사들이 청와대 내각 위원회 등 권력핵심에 들어가 ‘시민 단체를 제5부의 권부’라고 부른다.
시민 운동을 출세의 발판으로 여기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시민 단체의 경력을 정계진출의 디딤돌로 여기는 풍조도 문제다. 여기에다 정부지원금을 받은지는 오래 됐다. 그 돈으로 불법 시위를 하는 단체도 있다 일부는 감시해야 할 기업에 후원금을 달라고 할 정도로 도덕성이 추락했다. 시민들이 등을 돌려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을 받는다. 권력이나 돈맛은 달콤하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그런 유혹에 벗어나 사심 없이 시민을 위해 활동할 때 시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래야 시민들의 참여가 많아져 시민단체는 물론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 할 수 있다.
전경련이 내놓은 ‘기업기부문화 활성화 과제’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주요기업의 총 기부액은 7411억 원에 달한다. 기업 당 평균 36억 원을 기부한 셈으로 기부문화가 척박한 우리현실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비영리단체들이 기부금을 투명하게 집행하지 않아 기업들이 기부예산을 편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부의 애로 요인 중 ‘비영리 단체의 투명성 부족’을 지적 대답이 46%에 달했다.
한 민간 단체에 수억 원을 기부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사업추진 결과보고가 없어 문의 했더니 영수증도 없이 A4지 2장 분량의 내역서만 보내더라는 기업 관계자의 개탄은 우리 비정부기구들의 주먹구구식 예산집행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결국 그 기업은 기부금을 손비 처리하지 못해 이듬해 기부예산은 대폭 삭감하고 말았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그 회계처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사업목적과 다른 사업을 벌리거나 사업집행을 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국고보조금을 사용한 사례다.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의 적절성이 문제를 빚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법 활동이 전혀 없음에도 정부시책에 호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원금을 중단해서는 곤란하다. 여러 계층의 이해를 반영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게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시민 단체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6개월 있으면 12월 대선이 있다. 시민 단체들의 권력에 줄대기 위해 보수 진보의 이름으로 추악한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그것이 갈수록 우려되는 시민단체들의 구원하는 약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 일부는 시민은 사회단체들이 정권과 유착해 중립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지난 총선에서 탈법적인 당선·낙선운동 등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 일은 잊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사회단체들의 선거개입을 보는 시각은 대단히 조심스럽다. 특정후보의 당락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자칫 법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사실 몇몇 유력한 시민 단체는 웬만한 정당 못지 않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한 NGO의 힘은 ‘비 권력’에서 나온다. 시민단체가 정치인 배출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사회정의와 공익을 외친다면 국민에게 호소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시민단체가 정당결성에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섣불리 입맛에 맞는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보다는 감시와 대안 제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건전한 선거문화의 정착과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다. 게다가 가짜단체나 정부지원금으로 운영하는 단체를 볼 때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시민운동이 시민의 외면을 받지 않으려면 자기반성을 계기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정권에 잘 보여 한자리 해 보겠다는 인사는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