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변호사’ 역사속으로
‘고졸변호사’ 역사속으로
  • 신아일보
  • 승인 2007.07.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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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주필
국민 위한 법률서비스 확대 법률시장 개방 대비 경쟁력 높여 나가는 명분 우선시 돼야
10여 년 논란을 거듭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로스쿨 법안의 국회통과는 법안 상정 22개월 만이다. 이 법안의 국회통과 소식이 알려진 고시촌 1번지 서울 신림동 일대는 술렁였다. 2009년 로스쿨이 문을 열면 사법시험은 머잖아 폐지되고 기존 인문계 대입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 양성과정에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법률가들이 주도하는 법률제도 개혁이 진실로 사회적 모순과 불평등 해소에 이바지하기 보다 흔히 기성 질서를 옹호하고 연명하는데 이바지한 것에 비춰 그리 단순하게 반길 일은 아니다. 우리사회 관련 집단이 로스쿨 논란에 지극히 이기적 논리에 집착하는 면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던 것은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로스쿨제도의 장단점을 새삼 시비하는 것은 부질없지만 명분에 충실하게 구체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그나마 지각 있는 사회가 할 일이라고 믿는다. 김영삼 정부이래 생소한 로스쿨 제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툰 우리법률가 집단은 당초 내세운 명분과 원론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민 일반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확대하고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등의 명분은 뒷전인 채 40여개 대학이 몇 천억원을 투자해 사생결단으로 따내려는 로스쿨을 어떻게 분배한 것인지 논란을 벌이고 있다. 당장 현안은 로스쿨의 총 정원을 정하는 문제다. 정부는 당초 대학 당 정원100-150명 선으로 했으나 입장이 다른 시민사회는 정원 3000명을 돼야 한다는 것이어서 팽팽하게 맞서 있다. 이는 로스쿨 유치에 목을 매다시피 한 대학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어렵사리 법안을 통과됐지만 넘어야 할 산을 첩첩산중인 셈이다.
국민 편익을 볼 때 법률 수요자인 국민에게 사고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한 최적의 조건을 찾아 그 방안대로 시행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원은 가급적 늘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많은 법조인이 시장에서 건강한 경쟁관계를 가져야만 국민에게 더 좋은 법률서비스가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9월경 정원이 정해지길 바라지만 로스쿨 대학 예비 선정을 해야 하는 내년 3월까지 줄다리기가 계속 될 것도 우려된다. 우리국민의 1인당 변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어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기초단체가 전국적으로 120곳이나 된다. 전문인 집단끼리 비교해 보아도 법조인 숫자는 의사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매년 3000명씩 20년간 배출해야 인구비례에 따른 변호사수가 OECD평균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법조인들은 특정의식을 벌리고 국민들을 잘 살피면 수요 계층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조인 선발과정이 크게 바뀌고 로스쿨 입학 전형을 불과 1년여 남겨두었지만 변호사자격 취득을 위한 구체적 절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어서 갖가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망국적 ‘고시 병’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지만 ‘고시낭인’대신 ‘로스쿨 낭인’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문을 통과해야 할 로스쿨은 학부성적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질에 관한 법학적성시험(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외국어 능력 등을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에 대한 경력 등도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벌 써 학점 관리에다 사회봉사활동까지 신경 써야 할 처지다.
첫 시험은 내년 8월쯤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유일한 법조인 양성 통로였던 사법시험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로스쿨 개교이후 5년 간 존치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2013년 까지 사법시험이 유지된다.
일단 로스쿨 지원 자격이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이와 동등한 학력이상인 자료 규정돼 ‘고졸 변호사’신화는 생기지 않게 됐다. LEET나 변호사 자격시험 응시횟수는 우선 검토대상이며 교육부는 LEET를 여러 차례 응시할 경우 평균점을 이용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 응시횟수제한 시도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이 걸린 바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로스쿨 수료 후 5년 내 3회까지 변호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로스쿨 수료생의 변호사자격시험 합격률도 관건이다. 일본은 지난해 48% 올해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학력 로스쿨 낭인’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의 요구에 밀려 로스쿨 설치대학 및 입학 정원이 늘러날수록 변호사 자격증을 따지 못하는 로스쿨 수료생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는 지적이다. 변호사 자격시험 이후 판검사 임용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어떻게 지역 교육을 진행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로스쿨 지원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초조한 대목이다.
대학 선정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원의 낭비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정부 통제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들어 쥐고 시혜를 베풀 듯 나눠주는 방식은 곤란하다.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특수 계층을 만들어내는 폐쇄적 통로가 되고 정부는 그 길로 가는 특혜 분양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보다 로스쿨 설립 요건을 사회적 요구에 맞춰 엄격하게 정한 뒤 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 한다. 잡다한 위선적 논리로 이를 외면 한다면 머잖아 서로 소리 높여 로스쿨 도입의 잘잘못을 따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