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기능과 통합논술
언론의 기능과 통합논술
  • 신아일보
  • 승인 2007.06.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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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입시교육열 주요 신문사들 논술시장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아"

언론은 민주적 공론장에서 아젠다 설정 및 정보생산의 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장치이다. 언론 중에서도 특히 신문의 핵심 능력은 신속하고 정확한 취재와 기획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직하게 제시하는 글쓰기다.
신문의 논설과 논술이라는 시험 양식은 논리적이고 논증적인 글쓰기라는 면에서 동일한 측면이 있다. 비록 전자가 시대의 안테나처럼 시사적인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논술은 대학의 수학능력이라는 측면과 연결돼 있어서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점에서 논설과 구별된다.
이처럼 논술과 논설의 유사성이 있어서 게다가 국민들의 입시교육열을 신문사의 경영적 차원에 기여하게 하고픈 욕망에서 주요 신문사들은 논술시장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 대형 신문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주장이 확실하고 제한된 분량으로 명확한 논리를 전개하는 글, 바로 신문 사설이다. 논술 연습을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료다. 사설을 읽는데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그러나 실제로 그 신문사를 비롯한 많은 신문사들의 논설이나 사설을 논술평가 요소대로 평가해보면 결과는 어떠할까?
국어문화운동본부(회장 남영신)가 지난 1~3월까지 나온 종합일간지 사설들을 분석한 결과, 그 신문사는 국어부분과 논술부문을 종합한 결과에서 3개월 내내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남영신 회장은 “00일보 사설은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주장으로 이성을 잃고 있고, 말투도 마치 화난 사람처럼 윽박지르거나 말을 마구 뱉어내는 투라 국민감정을 격앙시켜 사설 본연의 기능을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 “사설은 가장 정제된 논술문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신문 사설은 기본적인 요건 즉 개관적인 분석, 차분한 논조, 합리적인 판단 등을 갖추지 못해 이런 작업을 한다”고 발표 취지를 밝혔다.
논술로 이윤을 높이고자 논술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발 빠르게 움직이는 그 신문사의 사설이 잘못된 논술문의 표본이라면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우리 언론이 민주적 공론장을 활성하는 데 기여하려면 자신들의 사설부터 논술문답게 내놓아만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자 및 논설위원을 평가하는 데 있어 그들이 생산한 글을 가지고 평가해서 공개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누가 제대로 글을 쓰는지, 아니면 엉터리 글로 국민을 호도하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
논술은 이처럼 단지 대입이나 고입처럼 입시생만이 갖추어야 할 능력이 아니라 현대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적이고 중요한 능력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민주사회의 공론장을 이끌어가는 언론이라면 더욱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더 나아가 논술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지식기반사회는 경제에 있어서 지식의 생산과 공유가 생산력의 핵심이 되는 사회이다.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 있어서 글쓰기와 말하기는 매우 중요한 기반시설에 해당한다. 그리고 지식을 생산키 위해서는 칸막이식의 분업화된 산업사회와 달리 통합적인 사고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통합논술시험은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 싶은 기업의 욕구가 대학에 투영된 것이다. 그래서 대학들마다 글쓰기 교수들을 뽑고, 공대에도 공학적 글쓰기 교육을 도입하는 등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교수방식도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토의와 세미나, 그리고 문제해결학습법을 채택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심은 암기하고 있는 지식의 양보다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통합,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즉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에 있기 때문.
지식기반사회에서는 혁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생산성 향상의 비결이기 때문에 기업은 학습조직이 돼야 하고, 개인은 단순한 단편적 지식들이 아니라 평생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통합형 논술 시험을 통해 중등 교육을 단편적 암기 위주의 산업사회의 교육방식을 지식기반사회에 맞는 교육방식으로 혁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비록 공교육이 아직 준비가 안돼 있더라고 시대를 공교육에 맞추는 것은 그 의도의 측면이 바람직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지식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합형 논술 시험을 통해 교과 지식의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독서·토론을 통한 사고능력 및 글쓰기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의 배양을 지향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언론은 논술시장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통합논술이 우리 국가경쟁력 제고와 민주사회 건설에 시대사적으로 중요한 기능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이 사고능력을 지배키 위해 사설이나 논설을 헤게모니의 장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자기주도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사설이나 논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