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삼성전자가 연초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4에서 꺼내든 슬로건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는 최근 독일에서 개최된 ‘IFA 2024’까지 이어졌다.
또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24 시리즈로 모바일 시장에서 이목을 끌었고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적용된 AI 기능을 소개하며 ‘AI=삼성’이란 공식을 각인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최신형 삼성 TV에선 화면으로 집안 지도(맵뷰)를 보면서 연결된 가전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 AI로 해상도 낮은 영상을 고화질로 변화시켜주고 사운드, 화질도 더욱 끌어올린다. 냉장고에선 AI로 저장품목 목록을 만들고 보관기관도 알려준다. 갤럭시S24, 갤럭시 플립·폴드6 등 AI 폰으론 ‘실시간 통역’과 이미지에 원을 그리면 검색 가능한 ‘서클 투 서치’, 생성형 이미지 편집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삼성전자의 AI 전략을 오픈AI(챗GPT)가 불러일으킨 AI열풍에 편승한 행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예년보다 조금 더 진화된 기능을 들고 나오면서 AI로 너무 포장했다는 의미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4년 전후로 국제 전시회에서 ‘사물인터넷(IoT)’이 탑재된 가전으로 일상 속 혁신을 제시해왔다. 갤S24시리즈에 탑재된 ‘통역’ 역시 기존에 존재하던 기능에 편리성과 휴대성을 더 높인 정도로 볼 수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열린 IFA 2024에서 자사의 AI 기술 수준에 대해 “소비자 눈높이가 매우 높지만 아직 제품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AI 기술이 100%라면 우리 제품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사 보다 먼저 AI 이슈를 선점한 건 잘한 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기술 선두기업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 AI전략으로 남보다 앞서 새 시장을 여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외신들은 AI가 적용된 삼성전자 갤럭시S24에 대해 ‘애플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과제는 AI 서비스 고도화와 다양화로 추격자와 격차 유지다. 소비자들에게 ‘이게 AI냐’는 생각이 들기 전에 제대로 된 똑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경쟁사 애플이 헛발질한 상태다. 애플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에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기 출시 한달 후에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로 제공키로 해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지원은 내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