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면받는 보험사 배타적사용권
[기자수첩] 외면받는 보험사 배타적사용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6.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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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사용권을 3개월 부여받느니 차라리 그냥 상품을 출시하는 게 더 낫습니다.”

최근 보험사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보험상품 특허로 여겨지는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보험사 관심이 줄었음을 여실히 나타낸다.

배타적사용권은 새로 출시된 보험상품에 부여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보험사는 기존 상품과 구별되는 독창성 및 개선도, 소비자 편익 향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뒤 최장 12개월의 독점 판매권을 얻을 수 있다. 해당 기간 다른 보험사는 유사 상품을 판매는 금지된다.

배타적사용권은 신상품 보호는 물론 상품 개발사 시장 선점을 보장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들은 배타적사용권을 외면하는 추세다.

실제 올해 생명·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 승인을 거쳐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보험상품은 총 4개에 불과하다. 모두 손보사에서 나왔다. 생보사는 올해 4월까지만 해도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아예 없다가 지난달 들어서야 4개 회사가 접수했다.

배타적사용권 획득은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손보사 배타적사용권 획득 상품 수는 13건으로 전년(18건)과 2022년(14건)에 이어 매년 감소세다. 생보사 역시 △2021년 9건 △2022년 9건 △지난해 7건으로 줄었다.

이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는 데 들여야 하는 노력에 비해 보험사가 얻는 실익이 적은 탓이다.

보험 신상품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 상품과 차별화되는 독창성·창의성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힘겹게 얻은 배타적사용권 기간은 대부분 3개월에 그친다. 6개월 획득 사례도 드물고, 배타적사용권 최장 기간인 12개월을 부여받은 상품은 거의 없다.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끝나면 다른 보험사도 동일한 상품을 개발·판매할 수 있다. 즉, 길어야 반년 안에 시장 선점 승부를 봐야 하는데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게 보험사 입장이다.

일례로 올해 1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한화손보 여성 건강보험의 경우 4월 독점 기간이 종료자마자 타 보험사에서 유사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려면 20페이지에 달하는 상품 설명을 마련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상품 구조와 내용이 공개된다”며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면 실컷 노력해놓고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이디어만 널리 알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타적사용권 심의 문턱을 조금만 낮추고 6개월 부여 사례가 조금 더 많아지면 보험사들도 더 적극적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도입했더라도 사용자가 외면하기 시작한다면 제도 수명은 깎이기 마련이다. 물론 배타적사용권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지금보다 조금 허들을 낮춰 보험사들의 도전의식을 고취시키는 방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