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논의는 언제?
[기자수첩]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논의는 언제?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6.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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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하는 야당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반대 입장을 밝힌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둘러싼 상황은 바삐 움직였다.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 지원 강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야당은 예정대로 28일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루 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꺼내 들었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폐기됐다. 이달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 야당은 다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이하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는 최근 여야에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사각지대 없는 개정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 원구성을 두고 극한 대립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여야가 한자리에 앉아 대책을 논의하는 장면은 쉽사리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 논의 없이는 야당의 강행 처리에 이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파행적 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사이클이 계속 이어질수록 시간은 흐르고 이에 피해를 보는 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다. 

지난달 전세사기 피해자 중 여덟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피해자와 함께 활동했던 한 지역 피해자 대책위 관계자는 추모 기자회견에서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보살펴달라고 외쳐왔지만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결국 벼랑 끝까지 밀어 넣은 자들은 규탄조차도 아깝다"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해 특별법으로 유예됐던 전세사기 피해 경매가 하나둘 재개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특별법 수정과 보완에 소극적이던 사이 그간 벌어뒀던 시간이 다 흘렀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하루빨리 논의의 물꼬부터 터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선구제 후회수는 안 된다'는 논리 만들기에서 벗어나 늦게나마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안을 내놓은 건 다행이다. 논의를 시작할 베이스가 생겼으니 말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야당 안과 정부 안이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만큼 이 두 가지 안을 병행하자는 입장이다. 정부 안이 야당 안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신탁 사기 피해자 등에 적용할 수 있고 야당 안은 정부 안으로 지원에 한계가 있는 후순위 임차인을 도울 수 있는 등 두 안이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거다. 이 두 가지 안을 조정해 특별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어쨌든 일단 만나 논의를 시작하는 것부터가 먼저다.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얼마 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여러분은 국민의 대표로 일하신다는 걸 저희 피해자들을 통해서 증명해 주길 바란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이 재난을 정쟁으로 만들지 말고 국민만 바라보고 지원책과 예방책에 적극 임해주길 바란다"고 외쳤다.

많이 늦은 만큼 어서 그럴 때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