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 '취임 2년' 농심 신동원 회장, 빛과 그림자
[박성은의 SWOT] '취임 2년' 농심 신동원 회장, 빛과 그림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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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家 장남, '라면왕' 아버지 이어 외형·내실 성장 지속
'뉴 농심' 해외사업 확장, 건기식·대체육 신사업 드라이브
존재감 없는 간편식, 대기업 지정 '일감 몰아주기' 눈초리
농심 사옥과 신동원 회장. [사진=농심, 편집=홍승표 기자]
농심 사옥과 신동원 회장. [사진=농심, 편집=홍승표 기자]

이달이 지나면 임기 2년을 채우는 신동원 농심 회장은 ‘라면왕’ 아버지에 이어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업의 본질인 라면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면서 건강기능식품, 대체육 등 사업다각화로 ‘뉴(New) 농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만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서 그간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이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강점: 글로벌 호조, 창사 첫 '3조 클럽'
신동원 회장은 아버지 고(故) 신춘호 창업주를 이어 지난 2021년 7월 농심의 새 선장이 됐다. 곧 임기 2년을 채우는 신 회장의 뉴 농심은 실적 면에서 합격점이다. 농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1291억원으로 전년보다 25.0% 성장하며 창사 첫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영업이익(1122억원)과 순이익(1160억원)은 원·부자재 가격부담, 환율 상승에도 전년보다 각각 5.7%, 16.5% 증가했다. 

올 1분기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6.9% 늘어난 8604억원, 영업이익은 85.8% 성장한 638억원이다. 작년과 올 1분기 모두 신 회장이 공을 들인 북미시장에서의 호조가 컸다. 지난해 미국 제2공장 가동을 발판 삼아 그 해 북미시장 매출은 24.1% 증가했다. 올 1분기는 40.1%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기간 농심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원에서 미국법인(154억원) 비중은 절반을 웃도는 52.4%다.

신동원 농심 회장(앞줄 왼쪽 2번째)이 작년 4월부터 가동된 미국 제2공장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앞줄 왼쪽 2번째)이 작년 4월부터 가동된 미국 제2공장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의 주력은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라면, ‘새우깡’을 비롯한 스낵이다. 신라면은 국내 라면시장 부동의 1위 브랜드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 판매되는 K-라면 주역이기도 하다. 국내 식품 단일 브랜드 최초의 누적 매출액 15조원(2021년 기준) 달성이라는 기록도 있다. 신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인 건면은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스테디셀러 스낵 새우깡도 작년에 연매출 1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농심이 국내 스낵시장 점유율 32.3%로 1위를 지킨 것도 새우깡 등 ‘깡 시리즈’ 영향이 컸다.  

◇약점: '아픈 손가락' HMR 사업
신동원 회장 취임 당시 그의 나이는 만 63세였다.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지 25년가량 지난 때였다. 아버지 그림자가 워낙 컸다는 방증이다. 그가 회장 취임 당시 ‘변화, 혁신을 통한 뉴 농심’을 강조한 건 신춘호가 아닌 신동원의 농심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의지로도 읽혔다.

현재 농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건강기능식품(라이필)과 대체육·비건(베지가든)이 꼽힌다. 2020년 3월 선보인 라이필은 콜라겐·단백질·유산균·오메가3·다이어트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며 누적 매출 약 800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독자 개발한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HMR)에 접목한 베지가든은 매출 면에서 아직 두각을 보일 정도는 아니나 20여개국에 수출되며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신 회장은 ‘쿡탐’을 앞세워 가정간편식 시장 공략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신 회장 취임 직후 나온 신제품은 쿡탐 전골요리 간편식이었다. 그가 부회장을 맡았던 2017년 농심은 쿡탐을 론칭하며 최대 강점인 면 제조기술을 십분 활용해 CJ제일제당, 오뚜기 주도의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신 회장은 2019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농심은 맛을 잘 내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정간편식 사업도 잘 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현재 쿡탐 매출이 연간 50억~70억원 내외로 존재감이 미미한 것으로 본다. 2021년 11월 이후에는 제품 개발 사례도 없다. 쿡탐을 두고 신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자 실패작으로 부르는 이유다. 

◇기회: 美2공장, 글로벌 '퀀텀점프' 기대
신동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사업 확장은 시대적인 과제”라며 글로벌 기업 수준에 맞는 핵심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농심의 지난해 해외법인 매출은 9205억원, 전체의 29.4%를 차지했다. 이중 미국에서 5613억원을 벌었다. 전년보다 39.0% 늘어난 금액이다. 올 1분기는 1647억원의 매출로 40.1%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작년 4월 말부터 본격 가동된 미국 캘리포니아 제2공장 영향이 컸다. 이 곳은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능력을 보유한다. 1공장을 포함하면 농심의 북미지역 연간 라면 생산량은 8억5000만개에 달한다. 신 회장이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해줄 기반”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미국 제2공장은 글로벌 라면사업의 퀀텀점프를 위한 마중물로 평가 받는다. 

2025년까지 미국 매출 8억달러(약 1조원)와 함께 일본 ‘토요스이산’을 꺾고 현지 라면 1위 메이커로 발돋움하는 게 신 회장의 계획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 제3공장 카드도 꺼냈다.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는 “미국 동부지역을 (제3공장) 유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며 “연말 또는 내년 초 계획을 구체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농심은 지난해 중국 청도 신공장을 완공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라면시장이자 농심에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3898억원을 거뒀다. 농심은 2030년까지 해외 매출 60억달러(약 7조8300억원), 전체 비중 50%를 목표로 잡았다. 향후 신 회장이 어떤 방향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거느냐가 목표 달성의 관건인 셈이다. 

◇위협: 높은 내부거래 비중, 엄격한 감시
농심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다. 올 초 발표된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서 농심그룹 계열사 수는 32개로 전년보다 8개 증가했다. 공정자산총액은 5조2820억원으로 작년 5조500억원 대비 4.6% 늘었다.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 내부거래 매출 비중, 즉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 감시가 엄격해진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넘는 경우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이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다. 

농심 오너 3세 신상열 상무. [사진=농심]
농심 오너 3세 신상열 상무. [사진=농심]

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최대주주는 장남 신동원 회장(지분 42.92%, 올 1분기 현재)이다.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13.18%로 2대 주주다. 이어 신춘호 창업주 차녀 신윤경 씨 2.16%, 신 회장 장남인 오너 3세 신상열 농심 상무 1.41% 순이다. 농심홀딩스는 핵심 상장사 율촌화학 지분을 32.72%를 갖고 있다. 비상장사 농심태경과 농심엔지니어링 지분은 각각 100%, 농심개발은 96.94%를 소유 중이다. 율촌화학, 농심태경의 경우 작년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40~50%대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액 1502억원 중 352억원(23.4%)이 내부거래에서 비롯됐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지속되면 오너 리스크, 경영권 승계,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장자 승계 원칙의 농심 가풍을 감안하면 ‘귀공자’ 신상열 상무의 앞으로의 경영 행보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 1993년생의 신 상무는 농심홀딩스 3대 주주다. 그룹 주력인 농심은 3.29%의 지분을 가졌다. 농심홀딩스, 율촌재단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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