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를 넘어 바다로
[기자수첩] 배를 넘어 바다로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3.05.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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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가 너무 많아 채용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나봐요.”

최근 조선업 종사자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중심에는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이 있다.

한화그룹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한화오션’ 새 닻을 올렸다. 현재는 신입사원, 경력사원, 계약직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설계·연구 등 다양한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떠났던 한화 타 계열사 경력사원을 다시 한화오션으로 파견 보내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한 조선업 종사자는 “‘한화오션 공채 1기’ 타이틀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한화오션 이름이 주는 신뢰와 안정감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 새 사명으로는 ‘한화조선해양(HSME)’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싱가포르 BW그룹,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 일본 MOL 등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DMSE’라는 이름의 견고한 네임밸류를 갖추고 있어서다. 45년 간 이어온 대우조선해양 기존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면서 한화그룹 존재감을 점차 키워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한화대우조선해양’ 같은 과도기적 사명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는 새 사명에 대우조선해양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 나아가 배가 아닌 ‘바다(Ocean)’를 담았다.

권혁웅 한화오션 신임 대표는 임직원들을 향한 CEO 편지를 통해 “오션은 지속가능성과 도전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지구와 생명의 근원인 대양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려는 거대하고 영속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선박·해양플랜트 건조를 넘어 다양한 그룹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포부다. 실제 한화오션은 임시주총에서 사업목적에 ‘해운업’을 추가해 공시했다. 앞서 한화는 선박용 엔진 생산회사인 HSD엔진을 인수한 바 있다.

여기에 해운업을 더하면 한화는 조선과 해운 전반을 아우르는 해양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결국 한화오션 새 사명은 그룹 차원의 원대한 비전과 쇄신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 새 로고에는 그룹 심볼 컬러인 오렌지색이 입혀졌다. 바다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푸른색이 아니다. 그 경쾌한 괴리감에 담긴 건 바로 기대다.

대우조선해양은 한때 선박수주 세계 1위에 빛났던 기업이다. 한화라는 든든한 주인이 생기니 앞으로 전망도 밝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제는 정말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고루한 옛 이름을 벗고 과감한 새 간판을 단 한화오션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