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음주운전, 적발도 어렵다
[기자수첩] 음주운전, 적발도 어렵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5.23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음주운전 행태는 여전히 만연한 실정이다.

이 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는 ‘1~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 게 핵심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중상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낸 때 적용된다.

음주운전은 반복성이 있어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붙는다. 단속에 걸리지 않기라도 하면 더 과감해져 음주량이 늘어난 상태에서도 차에 오른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와 ‘윤창호법’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음주운전 사고의 경각심을 세우기 위해 ‘윤창호법’을 만들었으나 그 의미가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음주운전 의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3349명(295명), 2020년 3081명(287명), 2021년 2916명(206명)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9%에 달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근절되지 않자 국회는 윤창호법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항에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 받고 10년 이내 재범하는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여당은 음주운전 방지 장치(알코올 농도가 측정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를 차량에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 위해 법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과연 이것만이 능사인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발이 돼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듯하다.

먼저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경우다. 경찰이 기습 단속에 나서더라도 운전자가 음주 단말기 측정이나 채혈을 거부하면 강제로 시키지 못해 즉각 처리할 수가 없다. 물론 운전자는 면허를 빼앗기고 큰 금액의 벌금을 물게 되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경우다. A씨는 새벽에 B지점에서 전신주를 들이박고 부서진 차를 그대로 몰아 집 근처 C지점에 세웠다. 그리고는 보험사에 연락한 뒤 집에 들어갔다.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시간이 흐른 뒤 A씨는 집에서 나와 경찰과 대면했다.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난데다가 파손된 차량을 봤을 때 정황상 음주운전이 의심됐으나 경찰은 A씨를 적발하지 못했다. 술을 먹고 운전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가서 한 잔 먹은 것이라고 잡아떼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경우는 최악이다. 어떤 차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음주운전으로 보이는 차량이었다. 그 모습을 본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내 신고를 취소했다. 운전자가 주민에게 입막음용 돈을 찔러 넣어준 것으로 의심된다.

누가 당신에게 100만 원을 주며 한 번만 신고를 눈감아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1초의 고민도 없이 돈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겠는가. 이 외에도 어떤 이유로든 간에 적발되지 않은 사례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법만 믿고 있을 때가 아니다. 법이 문제가 아니라 적발조차 되지 않는 이런 사례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