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음주운전=패가망신' 당연한 인식 가지려면
[기자수첩] '음주운전=패가망신' 당연한 인식 가지려면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3.05.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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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된다'는 당연한 상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되레 '이 정도면 괜찮아', '오늘은 단속이 없겠지'라는 인식이 더 팽배한 모습이다.

과거보다 강력해진 처벌과 안타까운 사고 등으로 국민적 인식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은 도로 위 폭탄처럼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다. '대리운전'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달에는 대전에서 한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많은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5월 부서 공동 취재 주제를 '음주운전'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되는 게 당연한데 왜 계속 발생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이뤄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어서 그런지 답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취재를 시작하고 관련 법령을 찾아 세계 여러 국가와 비교해 보니 우리나라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 유발 시 최고 무기징역'이라는 강력한 법적 장치를 지니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봐도 사망 사고를 냈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나라는 몇 없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도 7~14년 유기징역을 내리는 수준이었다.

취재 중 만난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평가했다. 다만 실제 양형은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음주에 유독 관대한 문화로 실제 처벌 수위가 약해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는 견해다.

근본적인 인식 개선 필요성에 관해 묻자 한 전문가는 '음주운전은 곧 패가망신'이라는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안을 망가뜨리고 자기 몸까지 망함'이라는 패가망신의 사전적 정의처럼 음주운전을 하면 법적 처벌 외에도 그만큼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법적 강제나 인식 개선으로 음주운전을 막을 수 없다면 기술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시동을 켜기 전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하는 장치를 통해 음주운전 행위 자체를 막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자에게 색이 다른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음주운전자라는 낙인을 찍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태국처럼 영안실 봉사활동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아무리 강력한 처벌 제도가 있어도 음주운전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국민적 인식과 기술적 요소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해야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제는 법적 장치 외에도 여러 의견을 모아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때다. '술 마시고 운전하면 안 된다'라는 당연한 이치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