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의 BTS' 볼 수 있을까
[기자수첩] '금융의 BTS' 볼 수 있을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5.0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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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방탄소년단)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

지난해 7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가진 첫 공개회의인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꺼내든 이야기다.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금융권의 도약을 발목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BTS처럼 활약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금융당국의 당찬 포부였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성역 없는 규제 혁신을 천명하며 대표적으로 금산분리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시대에 시행된 지 40년이 넘은 금산분리는 안전장치의 기능보다는 금융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낡고 불합리한 족쇄 역할을 한다는 논리를 들면서다.

이에 금융권은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를 반기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기대에 부응해 지난해 12월 국내 금융지주 등에 투자하는 해외투자자들을 이례적으로 만나 국내 금융산업에 투자를 독려하는 기업설명회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분위기는 10개월이 지난 현재 차갑게 식었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기 높은 이익을 거둔 금융권에 대해 ‘이자 장사’, ‘돈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규제 혁신은 온데간데없고 ‘금융의 BTS’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되레 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 등 각종 TF 조성을 통한 추가 규제가 마련되고 있다.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지난해 7월 출범 후 최근까지 7번 열린 데 비해 은행 제도개선 TF는 올해 2월 첫 회의 후 매주 개최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어디에 더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밌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6년 당시 윤증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유 대상만 시대에 따라 달랐을 뿐, 결국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골자는 같았다.

하지만 16년이 지났음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이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다시 나왔을 만큼 현재 국내에 세계적인 금융회사는 없다. 

국내 금융회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관치’ 때문이다. 매번 풀어주고 지원한다면서도 다시 옥죄는 상황이 반복되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다.

금융은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와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국내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정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선을 넘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최근엔 최고경영자(CEO) 인선 개입은 물론 금리 산정마저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의 BTS도 결국 금융의 삼성전자처럼 공염불에 그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