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기업도 '모델 리스크' 피해자
[기자수첩] 유통기업도 '모델 리스크' 피해자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5.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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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회사 자체 또는 브랜드나 프로그램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내건 모델들의 부정이슈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른바 ‘스타마케팅의 폐해’이자 ‘모델 리스크’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께 불거져 2023년 4월 현재까지도 뜨거운 감자인 학교폭력(학폭)을 들 수 있다. 학폭 논란에 연루된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했던 회사들은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단지 이들을 발탁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약과 주가조작 등 각종 범법행위를 한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회사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패션 플랫폼은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논란이 된 배우를 앞세워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양측은 자체브랜드(PB) 협업 상품 출시, 가상인간 개발 등 다방면에서 협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해당 플랫폼의 홈페이지에서 이 배우의 이름을 검색해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미지가 심각하게 실추되기 전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비단 연예인들을 모델로 한 회사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홈쇼핑 회사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쇼호스트들로 고역을 치렀다. 한 쇼호스트는 생방송 도중 판매 상품의 조기 매진에도 정해진 시간이 있어 일찍 방송을 끝낼 수 없다며 욕설을 했다. 더욱이 이 사실을 인지한 제작진의 정정요구에도 사과는커녕 예능처럼 봐달라고 해 물의를 빚었다. 또 다른 쇼호스트는 자신이 판매한 상품을 고인이 된 개그우먼이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해당 홈쇼핑 회사들은 각 쇼호스트에게 무기한 출연정지 조치를 취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유통기업들이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좀 더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연예인을 모델로 발탁했는데 날 선 부메랑이 된 형국이다.

특히 쇼호스트를 둘러싼 논란의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도마에 오른 두 쇼호스트는 프리랜서로 업체 소속의 직원도 아니다. 홈쇼핑 회사들은 상품을 판매해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게 사업목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쇼호스트를 방송에 출연시킨 것뿐이다. 대신 이번처럼 대가를 치를 수도 있고 각종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 돼 버렸다.

현행법상 방심위의 제재 대상은 홈쇼핑 회사(방송사업자)로 한정돼 있다. 쇼호스트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범법행위지만 제재나 비난은 홈쇼핑 회사가 떠안은 꼴이다. 홈쇼핑 회사들이 내부 교육 등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 유통기업이 자체적으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