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의 임기응변
[기자수첩] 금감원의 임기응변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04.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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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이미지가 가뜩이나 안 좋은데 '저희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금융당국의 발 빠른 조치 덕분에 진짜 큰일 면했습니다."

지난 12일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해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된다며 잔액을 모두 인출해야 한다는 '지라시'가 돌았다.

저축은행 업계는 곧장 "전혀 사실이 아니라"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했다. 

'지라시 하나에 저축은행이 망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눈총을 샀던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대재앙이다.
 
실제 2011년 당시 7곳의 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미달돼 대규모 영업 정지를 당했다.

이에 해당 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과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피해를 입었지만 대주주의 비리와 마감 시간 후 VIP 고객들에 대한 사전 인출 등이 드러나며 공분을 산 바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은행권 불안이 커진 데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연체율 상승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의 발 빠른 임기응변에 지라시는 소동으로 끝을 맺을 수 있었다.

실제 저축은행 해명 보도에 이어 금융감독원은 "해당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건전성 비율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며 "유동성 비율도 저축은행 감독규정에서 정한 규제 비율보다 충분히 상회하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구원 투수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웰컴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가리키는 지표 BIS 비율은 12.51%, OK저축은행 BIS 비율은 11.40%다.

같은 기간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유동성비율은 각각 159.68%, 250.54%로 저축은행 감독규정 100%보다 안정적인 수준이다.

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지라시에 관한 인출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지만 인출 시도는 평소보다 높았다.

금융감독원의 설립 목적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와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불명확한 정보로 억울한 뱅크런 사태를 맡을 위험에 처했던 저축은행업계는 물론 불안한 예금자의 혼란을 잠재우며 금융감독원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