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냉각 치닫나… 尹 ‘우크라 군사지원 가능성’ 언급에 러 “전쟁 개입”
한-러 냉각 치닫나… 尹 ‘우크라 군사지원 가능성’ 언급에 러 “전쟁 개입”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3.04.2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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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 “韓 비우호적 입장에 유감”… 푸틴 최측근, 북한 지원 가능성 경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사진=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두고 한국과 러시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시 인도 지원만 고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러시아는 “무기 공급은 전쟁 개입”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전체 과정에서 다소 비우호적 입장을 취해왔다”며 “물론 이 전쟁에 더 많은 국가를 개입시키려는 시도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진행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나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등 군사지원 가능성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에 대해서 그것을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며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들을 고려해서 그리고 전황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지난해 10월 한국을 지목해 무기 지원을 경고한 적이 있는 만큼 해당 발언으로 양국관계가 냉각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해 10월 28일 푸틴 대통령은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는 우리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북한에 대한 최신 무기 지원까지 언급하며 맞대응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한국의 윤 대통령은 한국이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며 “그 나라 국민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그들 말대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주고받는 대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러시아의 반발과 관련해 “페스코프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이날 3억2500만 달러(약 4319억원) 규모의 대(對)우크라이나 추가 안보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특히 방어 강화에 필수적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과 포탄, 대전차 능력을 중심으로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