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음료 사건’ 보이스피싱 조직 반년 전부터 범행 구상
‘마약음료 사건’ 보이스피싱 조직 반년 전부터 범행 구상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3.04.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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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 총책 중국 근거지 범행 장소 특정해 추적 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 반 년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구상한 계획 범죄인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발생한 첫 ‘마약+보이스피싱’ 범죄로, 이같은 유형의 신종 범죄가 확인된 사례는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모(25·한국 국적)씨가 중국으로 출국한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사건(마약+보이스피싱)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씨는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 내 '중간책'으로 분류(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번 사건을 전반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을 위해 지난해 10월17일 중국으로 나갔다는 진술을 주변 지인 및 가족 등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 출국한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위해 ‘마약 음료(우유에 마약 첨가)’를 사용하기로 결심하고, 중학교 동창인 B(25·구속)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하기도 했다. 또 중국에서 걸려오는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번호를 변작해주는 중계기 업자를 구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A씨의 중학교 동창인 B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친구 A씨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후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 서울로 발송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마약 음료가 담겨진 빈 병과 상자, 판촉물 등을 국내로 배송할 수 있도록 한 C(39·중국 국적)씨 또한 A씨를 통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을 위해 전화번호를 변작해주는 전문업자 D(39·구속)씨가 합류한 것으로 보고, 인천에서 D씨를 검거, 노트북 6대와 USB 모뎀 96개, 휴대전화 유심 368개를 압수했다. 경찰이 이를 분석한 결과, D씨는 이미 총 피해액 합계 1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죄 14건에 연루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화번호 변작 업자 D씨가 관리한 전화번호는 총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범행에 대한 대가는 전화번호 1개 당 1만원씩 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건 현장에서 마약음료를 학생들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는 20대 E씨 역시 이미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범행을 계획범죄로 보고, A씨 등이 중국에서 범행을 모의한 후 실행한 콜센터와 합숙소 장소를 특정,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추적 중이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