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되풀이 된 통신 요금제 베끼기
[기자수첩] 되풀이 된 통신 요금제 베끼기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4.14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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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커진 붕어빵 같다.” 최근 LG유플러스가 발표한 새로운 5G 중간요금제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1일 총 23종으로 구성된 ‘온 국민 생애주기별 5G 요금제’를 공개했다. 지난달 SK텔레콤이 선보인 5G 중간요금제에 이은 것으로 연령별 세분화와 혜택 강화가 특징이다.

다만 정부가 주도한 탓인지 앞서 발표된 SK텔레콤의 요금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5G 중간요금제 4종 비롯해 청년요금제 추가신설 등 양사 5G 중간요금제는 전반적으로 구성이 유사했다. 시니어 요금제 3종을 신설한 것도 동일했다.

차별성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보다 월 요금 대비 조금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 일부 요금제에선 데이터 소진 시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의 속도제한(Qos)을 좀 더 늘렸다. 시니어 요금제에선 연령대별 데이터 제공량에 차등을 두지 않고 고령일수록 요금을 낮추는 형태로 설계했다. 만 65세 이상 이용자가 가입할 경우 연령대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된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에 혜택, 편의성을 살짝 더해 상품을 출시한 셈이다. 통신업계에서 요금제 유사성 논란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업계는 KT가 준비 중인 새 5G 중간요금제도 유사할 것으로 내다본다.

통신사 입장에서 고려하면 이해가는 부분이다. 요금제 변화는 큰 모험으로 기존 가입자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상대방 답안지를 본 입장에서 더욱 과감하게 내리는 건 현명한 경영결정이 아닐 수 있다. 기업 관점에선 가입자 포화 상황에서 요금경쟁에 불을 붙이는 건 긁어 부스럼 만드는 행위일 수 있다.

화살은 정부로 돌아간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통신시장에 개입해 소비자 효용을 끌어올린 공로는 있지만 그보다 경쟁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이통 3사에 한해 요금제 신고 가능기간을 한정하면 어떨까. 분기별로 신규 요금제를 발표하고 그 외 기간엔 할 수 없게 하는 방식이다. 사업환경에 제약이 되지 않게 새로운 서비스 출시 또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결합서비스 출시는 언제든지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건 정부도 통신시장 경쟁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촉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초부터 통신시장 경쟁 촉진 TF(특별전담팀)을 구성해 회의 중이며 오는 6월엔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공개한다고 한다. 정부가 포화된 통신시장 속 경쟁 활성화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