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정의 척도가 경조사비라고
[기자수첩] 우정의 척도가 경조사비라고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3.04.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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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포털 뉴스에서는 ‘친구의 결혼식에 축의금은 적게 내고 축의금보다 많은 금액의 뷔폐 식사를 하고 간 사람에 대한 서운함과 씁쓸함을 토로’ 하는 일이 있었다. 즉 경조사비는 관계성이 좋으냐 안좋으냐에 따라 10만원, 30만원, 50만원 이라고들 한다. 뉴스 아래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댓글이 이제는 여론을 움직이는 하나의 소통의 창구가 됐다. 어찌보면 참으로 씁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경조사에 내는 돈의 량으로 우정의 척도를 재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경조사는 그야말로 참여하여 축하하고 애도하는데 의미가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고 자기 중심주의, 경제논리로 사는 사화라고 하지만 축하의 마음과 애도의 마음을 어떻게 돈으로 평가하는 풍토가 우리 안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는 일부 사회 지도층의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사고 팔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과 방송 매체가 한 몫을 했다고 본다. 방송 매체의 전달하는 사람들은 지도층 내지 중산층 이상을 겨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집과 가구 의상은 그야말로 고가일 뿐더러 럭셔리하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소비욕구가 일어나고 빚을 내서라도 큰 집으로 옮기고 고가의 명품을 사서 입고 즐긴다. 물론 이러한 모습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풍조가 경조사에까지 옮겨 왔다는 사실이다. 반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스몰 웨딩이 서서히 자리 잡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축의금이 적어도 기쁘게 참여하여 축하하고, 슬퍼하는 이에게는 마음으로 함께 나눔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는 그 시절에는 경제적 논리보다 생명을 우선시하는 마음과 문화가 더 컸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를 통해 경조사비를 온라인으로 보내는 것이 확산되면서 경조사비에 대한 금액도 변했다고 본다. 여기에는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도 영향이 있다. 요즘에는 아이들에게도 1000원, 5000원은 돈이 아니라도 생각한다. 최소한 5만원 이상 건네야 주는이와 받는이의 관계가 원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 우리 사회는 경제적 논리, 개인주의의 만연, 물질만능주의에 힘입어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가 구축돼가고 있다. 모두가 돈을 향해 살고 죽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 이상의 여유가 없어지는 사회는 한번 바뀌면 쉽게 돌이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의금을 지니지 못했거나 금액이 적어도 기꺼이 축하해주고 한끼 식사를 나눌 수 있는 문화, 장례식에 가서는 조의금만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고 생전의 아름다운 기억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예식이 됐으면 한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