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돈맥경화-③] 틈새 다지고 디지털에 '올인'…한국투자증권 '투 트랙' 눈길
[증권사 돈맥경화-③] 틈새 다지고 디지털에 '올인'…한국투자증권 '투 트랙' 눈길
  • 이민섭·박정은 기자
  • 승인 2023.03.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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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서 사모대출 '눈독'…미래플랫폼 데이터 경쟁력 강화

지난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를 시작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관련 우발채무가 2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돈맥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가득하다. 정부와 금융당국, 유관기관의 노력으로 회복되는 양상이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근심은 여전하다. 증권사별 건전성과 활로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 심화한 가운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IB(기업금융)에서 승부수를 띄워 불안정한 대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재무건전성 지표 가운데 부채비율은 최근 3년 새 감소했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의 평균치를 웃돌았고 순자본비율(NCR)도 지난해 기준으로 1년새 하락했지만 기준치를 넘어서며 안정적이다.

◇부채비율 감소했지만 건전성 양호…미국 미들마켓 '노크'

한국투자증권의 최근 3년 간 부채비율은 지난 2019년말 979.7%를 시작으로 △2020년말 940.8%(전년比 38.9%포인트↓) △2021년말 913.9%(26.9%p↓) 등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880.0%로 전년 말과 비교해 33.9%포인트(p) 하락하며 개선됐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를 초과하면 비상등이 켜졌다는 의미다. 다만 업권별 부채비율 기준치는 다르게 적용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자본 기준 상위 15개사 부채비율 평균(704.1%)을 웃돌아 아쉽지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순자본비율도 △2019년 1260.1% △2020년 1829.9% △2021년 2365.9% 등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듬해인 2022년 2038.2%로 전년 대비 327.7%p 하락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치(1000% 이상)를 웃돌았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2%로 전년 대비 0.3%p 상승하면서 금융회사에 요구되는 기준치(8%)를 웃돌았다.

이 밖에도 현금과 예치금은 지난해 말 기준 9조1675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1.8%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사모대출 시장 진출에 공들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미국 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이하 스티펄)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등 금융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사업 방식을 찾아 나선 과정으로 풀이된다.

스티펄은 미국의 종합금융회사며 증권사·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사모대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합작사인 SF 크레딧 파트너스는 올해 출범해 미국 현지에서 인수 금융과 사모대출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합작사의 주요 사업은 미들마켓론(중견·중소기업 직접 대출)으로, 비은행 금융회사에서 투자금을 모아 리파이낸싱이나 인수합병(M&A), 회사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 형식으로 조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직접 참여가 제한된 틈새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성장했다. 이는 은행이 기업 대출을 축소하면서 사모대출을 통한 기업의 자본조달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운용자산 규모는 2010년 이후 1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 9.2%를 기록했다.

◇정일문 "디지털은 일상"…사업 변화 불가피

한국투자증권은 스티펄과 사업부문별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양사는 신규 사업을 공동발굴하고 인력과 상품 교류를 확대하는 등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금융 역량과 전문성을 적극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21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IB 전담 법인을 비롯한 글로벌 법인도 활발하다.

홍콩 현지법인은 인터넷 플랫폼 야후 인수금융 빅딜에 참여해 국내 금융사 가운데 선순위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고 베트남 법인은 드래곤캐피탈자산운용을 비롯한 현지의 주요 기업·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특히 드래곤캐피탈자산운용과의 업무협약을 위해 정일문 사장은 직접 베트남을 다녀오며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디지털에 방점을 둔 체질 개선도 눈에 띈다. 대내외 흐름에 발맞춘 변화를 통해 다양해지는 금융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신아일보DB)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신아일보DB)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디지털과 플랫폼 역량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기정사실이며 디지털은 현상이 아닌 일상”이라며 “IT(정보통신)라는 뼈대에 디지털이라는 살을 붙이고 데이터라는 피가 조직 내부를 흐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금융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2020년 온라인 금융상품권 △2021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 △2022년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모이다(moida)’ 등을 선보이며 디지털 전환에 시동을 걸어왔다.

올해도 증권업계 처음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기업 가입자 편의성 개선을 위해 ‘비대면 규약 동의’ 서비스를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증시가 살얼음판을 걸었다”며 “이에 따라 비즈니스 방식 변화도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사업 강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seob200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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