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행의 사업구조와 영업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기고] 은행의 사업구조와 영업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 신아일보
  • 승인 2023.03.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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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올해 경제성장률은 2%에도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는다. 

이는 수출 부진 외에도 물가·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이 민간 소비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두운 경제환경에도 은행의 이자이익 규모는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무려 40조원에 육박했다.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의 80% 이상이 이자이익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5%대의 물가상승세 지속에 따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의 덕이라 볼 수 있다.

고금리 시점을 맞이한 은행권은 예·적금 금리 대비 대출금리의 빠른 인상을 통해 고수익을 거둔 셈이다. 

인허가 업종인 은행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은행의 예대마진 확대를 견제하는 경쟁자가 많지 않았던 점도 은행의 이자이익 독식에 기여했다.
 
국내 은행업은 지난 IMF 외환위기 과정 중 구조조정 차원의 은행권 합종연횡이 이뤄졌다. 

현재 5개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및 대출 시장 점유율은 60~70%에 달하는 등 이른바 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은행의 인허가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분 취득이 제한적인 은산분리 원칙이 엄격하고 자본금 요건도 1000억원 이상이다.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탑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는 제조업에 비해 은행업은 상대적으로 경쟁 무풍지대에서 영업 중인 셈이다.

물론 국내 은행권이 그동안 우리 경제에 기여한 측면은 간과될 수 없다. 

간접금융에 의존하는 상당수 기업에 대해 은행은 금융지원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이야말로 국민경제의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출행태에 변화가 있었다. 신용위험이 있는 기업대출보다는 안전한 가계대출 위주로 영업하는 모습이다. 

고가 주택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에 주력하는 대출행태가 그것인데 이는 채권 보전에 어려움이 없는 부동산을 담보로 신용위험을 줄이고 자본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증가한 대출수요와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 상황은 위험 감수 없는 영업을 지향하는 은행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기업대출보다 담보 위주 가계대출에 주력하는 영업행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사업 혁신의 동기도 사라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은행 과점화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안을 마련하고 있다. 규제에 대한 수동적 수용보다는 은행 스스로 금융업의 맏형답게 스스로 사업구조 및 영업방식에 있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의 균형을 최소한 선진국 은행처럼 6:4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비이자 사업 부문의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경우 예대마진 확보에 과도한 사업역량을 쏟을 이유가 없다. 신탁사업 확대, 외환 송금 부문 혁신 등을 통한 다양한 수수료 수익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간 균형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의 관계형 금융에 주력해야 한다. 

충분한 담보와 보증 없이 중소기업 금융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과의 장기적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장기대출과 지분투자, 경영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 성장과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영업전략이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여, 은행 스스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메기 역할에 나서야 한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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