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만난 文 "총 단합해야… 李 외 대안 없다"
이상민 "과도하게 말씀한 것… 우리가 '꼬붕'이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화합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일부가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에서 최근 만난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의 총단합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께서는 '현재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 해야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지금 이 대표외 대안도 없다' 정도의 얘기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17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당시 나눈 대화를 일부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악재나 조건의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가는 모습이고, 국민들께서는 그것을 보고 계신다"며 "민주당의 지금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고 화합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그러자 비명계 일부에서 강한 어조의 반발이 나왔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한 것이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한 것"이라며 "우리가 뭐 문 전 대통령의 '꼬붕'(부하의 일본어)이냐.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대로 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이 의원은 "'이 대표 말고 대안이 없다'는 것은 문 전 대통령 판단인데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막 하면 안 된다"면서 "설사 문 전 대통령과 박 전 원장 사이에 이야기가 있었더라도 대외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당을 위해서도 이 대표를 위해서도 급한 불을 끄려면 본인의 거취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질질 끌고 여러 논란 끝에 (거취 정리를) 하느니 마느니 하면 이 대표와 당이 상처를 입는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이 대표는 대책을 고심 중이다. 강성 지지층을 향해 당 비명(비이재명)계 공격을 중단해달라고 강경한 목소리로 요청하는가 하면, 최근 의원총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지면 내 정치도 끝난다"며 결연한 각오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SBS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선배 대표들은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선당후사하는 정치로 다 자신을 먼저 버렸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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