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총수' 조현범, 구속‧갈등‧화재 '삼중고'…회장직 '휘청'
'현재 총수' 조현범, 구속‧갈등‧화재 '삼중고'…회장직 '휘청'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3.03.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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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이상 횡령 혐의 시, 취업 제한
노사 임단협 갈등 계속…파업 우려
4년마다 공장 화재…책임론 불가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의 지위가 휘청였다. 조 회장은 구속, 노사 갈등, 공장 화재 등으로 ‘삼중고’에 빠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재벌 구속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회장직 사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검찰은 지난 6일 계열사 부당지원, 횡령 의혹을 받는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지난 9일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다시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재벌 구속이다.

조 회장은 3가지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지난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박지훈 대표에게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자금 130억원가량을 빌려줘 회사에 일부 손해를 끼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리한의 경영 사정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박 대표와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회삿돈 수십억원을 자신의 집 수리나 외제차 구입 등에 쓴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도 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지난 2014~2017년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에 관여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이번 재판에서 5억원 이상 횡령 혐의가 인정되면 집행 종료 후에도 5년간 관련 기업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회장직 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11월 구속 수감 이후 2020년 풀려 났지만 같은 해 사법 리스크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조 회장의 퇴진 목소리는 높아진 상태다. 한국타이어 노동조합은 사측과 기본급 인상을 두고 지난해부터 갈등을 이어오며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국타이어는 2개 복수 노조 체제다. 갈등을 겪는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다.

금속노조는 지난해부터 대전·금산공장 등에서 게릴라 파업을 이어왔다. 임금 및 단체협약이 올해도 쉽게 마무리되지 않아 다시 파업 사태로 번질 우려가 커진다. 금속노조는 오는 29일 예정된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 대응하며 조 회장 퇴진 투쟁을 펼칠 방침이다.

여기에 대전공장 화재라는 악재가 겹쳤다. 지난 12일 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물류창고에 적재된 21만개의 타이어가 탄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북쪽 2공장 가운데 위치한 가류공정(타이어를 성형한 뒤 열을 가해 찌는 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2공장 물류동과 원료공장까지 확대됐다.

화재 피해는 주변으로 번졌다. 대전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불길과 연기로 대피해야 했다. 화재 이재민 17명은 긴급 이재민 대피소에 입소했다. 화재 당시 이 구간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KTX 상·하행선 운행이 통제됐다. 인근 3개 중·고등학교는 등교를 중단하거나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화재 여파로 CJ대한통운 대전허브터미널 가동도 중단됐다. 이번 화재로 작업자 10명과 소방대원 1명 등 총 1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전공장은 화재가 발생한 2공장을 포함해 전체 가동이 중단됐다. 대전공장 생산 타이어는 수출 65%, 국내 공급 35% 비중으로 생산됐다. 이번 공장 화재는 지난 2014년 9월 이후 9년 만에 다시 일어난 사고다. 앞서 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2002년 3월 금산공장, 2006년 2월 대전공장 등 2002년 이후 4년 마다 화재가 반복됐다. 화재에 대한 조 회장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