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화이트 데이 만큼은 씨앗을 교환하는 날로
[독자투고] 화이트 데이 만큼은 씨앗을 교환하는 날로
  • 신아일보
  • 승인 2023.03.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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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임창덕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이 지나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온 천지가 사랑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잠시는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있을지언정, 겨울을 뚫고 나온 봄의 기운은 이기지 못할 듯하다. 들녘은 녹색 옷으로 새 단장을 하여 한껏 봄나들이 채비를 하고 있다. 사라져간다는 소식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 벌들과 하늘거리는 나비의 몸짓은 우리 삶을 다시 의욕 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였다. 한 달 뒤 오늘은 화이트데이로 익히 알고 있다. 사실 이 두 날에 주고받는 초콜릿과 하얀색의 사탕은 일본의 관련 업체 상술의 결과물이다. 3세기경 로마 시대 전쟁 중 결혼을 금지한 사항을 깨고 결혼했다가 사형을 당한 성인 밸런타인(Saint Valentine)을 기리는 날이지만, 일본에서는 초콜릿을 선물하는 문화로, 화이트데이는 일본 제과 회사의 마케팅으로 시작하여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기념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에게도 어느 나라 못지않은 로맨틱한 날이 있었으니 그날이 바로 경칩(驚蟄) 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銀杏)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경칩에 남편과 아내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연인끼리 은행을 나눠 먹으며 사랑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농서인 '사시찬요(四時纂要)'에 기록돼 있다.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며, 장수하는 나무로써 암나무와 수나무가 구별이 있고, 오래도록 사랑을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은행나무는 잎이 넓어 보여서 활엽수로 보이지만 사실 씨가 노출된 나자식물로 침엽수로 분류되며, 순산과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밸런타인데이든, 화이트데이든 외국에서 전해진 문화에 맹목적인 추종보다는 봄이라는 사랑의 계절에 맞게, 우리 고유의 전통을 만들었으면 한다. 봄은 씨앗이 발아하기 좋은 시기다. 수분, 온도와 산소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발아한다. 싹도 트고, 사랑의 마음도 싹트는 좋은 계절에 씨앗을 교환하는 풍습이 좋을 듯싶다. 땅에 심고 정성껏 가꾸면서 커가는 사랑만큼 큰 사랑이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 서로의 마음에 심는 사랑의 씨앗도 무럭무럭 자라지 않을까.

/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임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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