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
[기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
  • 신아일보
  • 승인 2023.03.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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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아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광주중부지사장

지난해 일론 머스크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거론하며 인구 붕괴를 경고했다. 머스크는 "한국의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말처럼 출산율 세계 꼴찌인 한국의 저출산 시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대학생이 줄고 있으며 퇴직연금을 대느라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역의 기반 산업 붕괴, 교육 격차, 도농 격차, 부동산 문제까지 얽히고설킨 사회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여기에 세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라는 태풍까지 몰아치고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은 현실화될까.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비유가 회자됐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30세대의 출구 없는 막막한 현실을 빗댄 것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극심한 인구감소를 설명해주는 문구였다. 일자리를 찾아 떠난 지역 청년들이 주거지를 구하지 못해 출산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살았다면 결혼해서 출산까지 했을 청년들이 서울에서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모든 걸 포기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과 미래를 되살릴 다른 나라의 선행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공간 이동을 늦춰줄 획기적 안전장치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과 취업부터 산업, 문화, 주거까지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앙제시의 성공 요인은 인접 도시들과 함께하는 광역 교통계획과 도시정책의 통합으로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를 만들어 도시의 활력을 높이는 데 있었다. 또한 미국 버펄로시는 유연한 도시계획과 집중 투자로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층 건물들을 구축해 쇠락하던 구도심을 되살려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체계적 도시계획을 위한 첨단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트윈'은 가상공간에 현실과 같은 디지털 쌍둥이를 만들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각화, 분석, 모의실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프랑스 앙제시는 새로운 개발이나 도시재생을 할 때 교통, 도시계획, 주거, 경제정책 등을 망라한 종합계획을 만드는 역할을 '마스터 어바니스트' 즉 '총괄계획가'에게 부여하고 있는데 이 역할을 디지털트윈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다시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로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2018년부터 전주시를 시작으로 전국 17곳 자치단체에 이미 구축된 LX 플랫폼에 현안 해결을 위한 디지털트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디지털트윈을 국토에 적용시킨 시범사업을 마중물로 삼아 전국으로 '디지털 트윈국토'를 확대해 재난 재해의 선제 대응과 국민 편익을 높이는 행정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국토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지자체들은 다양한 현안 해결을 위해 디지털트윈을 활용하고 있다. 1차에 이어 2차에 선정된 디지털 트윈국토 시범사업 대상지는 영광군, 곡성군, 울산광역시 등 총 7곳이다. 영광군은 디지털트윈 시뮬레이션을 통해 폭우로 인한 저수지 월류, 수문 기상 관측, 붕괴 위험도 등을 분석하고 홍수위험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로써 재난·재해로부터 신속한 상황 전파와 현장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곡성군은 도시재생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디지털트윈을 접목시켜 관광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 소멸의 위기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비상한 시국엔 비상한 정책이 필요하듯 전 세계적으로 복합 위기가 도래한 지금, 우리에게 앙제시와 같은 체계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국토·도시계획이 매우 시급하다. 수도권에 비교해 높은 출산력으로 인구댐 역할을 해온 지역이 무너진다면 국가 경쟁력 확보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의 새로운 대체자원으로 디지털트윈과 같은 첨단 기술이 저출산·고령화의 단계적 해결과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이정표를 설정해야 할 때다.

/홍영아 한국국토정보공사 광주중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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