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재단 배상에 피해자들 반발… “동냥처럼 주는 돈 안받아”(종합)
韓재단 배상에 피해자들 반발… “동냥처럼 주는 돈 안받아”(종합)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3.03.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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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기업 배상 참여 의무 빠져… 피해자측 “전범기업 면죄부”
日 “1998년 공동선언 계승”… 박진 “日 호응으로 채워질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내놨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이라는 명분 제시에도 불구하고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 의무가 없는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판결금 수령에 동의하지 않는 원고들의 또 다른 소송제기 가능성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회견을 열고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어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 변제’ 방식은 일본과의 법적 입장차로 합의가 지연되자 정부가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내놓은 타협안이다. 과거사 문제로 장기간 경색된 한일관계를 ‘공동의 이익’을 위해 전환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정부가 내놓은 해법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를 지원해 온 시민단체들도 ‘강제동원에 대한 사실 인정’이 담긴 직접적인 사과가 없는 ‘굴욕 외교’라며 해법 철회를 촉구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국민들의 확정된 법적 권리를 짓밟고 일제 전범 기업의 책임을 면죄해주는 친일매국 협상을 강행했다”고 규탄했다.

피해자 측은 제3자가 재원을 만드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피고 기업이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때문에 민간기업 중심의 재원마련 방안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피해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배상안을 두고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사죄라고 볼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향후 일본 기업이 재단에 기부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일본이 줄곧 ‘피고 기업이 배상 성격을 띠는 어떤 기여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한 만큼 기부 설득을 위해서는 추가 외교력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는 원고들에게 제3자 변제에 따른 판결금 수령 의사를 묻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피해자 측의 반발이 거센 만큼 수령에 동의하지 않는 원고들과는 또 다른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대책발표 직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말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당시 담화에서 일본은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한 바 있다.

박 장관은 피해자들의 비판에 대해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호응으로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명했다.

[신아일보] 권나연 기자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