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물가 지속에 한·미 금리차 확대, 취약계층 충격 최소화
[기고] 고물가 지속에 한·미 금리차 확대, 취약계층 충격 최소화
  • 신아일보
  • 승인 2023.02.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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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다소 진정되는가 싶던 물가가 새해 들어서도 다시 뛰어올라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공공요금발 물가 폭등을 우려하는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2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이는 전월 상승률(5.0%)에 비해 0.2%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째 5%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무려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물가는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하게 둔화하다 11월(5.0%)과 12월(5.0%) 바닥을 다졌다. 그러나 지난달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전기·가스·수도요금이 전년 동월 대비 28.3%나 급등해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별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연초부터 제품 가격도 줄줄이 올라 국민들의 체감 물가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월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예상한다.”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전기요금·가스값뿐 아니라 지하철·버스 등 주요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한데 이어 도시가스 요금은 36.2%, 지역난방비는 34%, 농축수산물은 1.1%, 공업제품은 6%나 올랐다.

장기적이며 기조적(基調的)인 물가 변동을 파악하는‘근원물가지수’도 5%나 올라 전달 4.8%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2009년 2월 5.2% 이후 가장 높았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물가를 제외한 수치다. 물가 상승 압박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과 생필품 위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도 6.1% 올라 전달 5.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3.5%)마저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긴축 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과의 힘겨운 전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당연히 서민경제는 피폐하고 팍팍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월 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예상대로 인플레이션 둔화에 맞춰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한 차례 ‘ ‘빅 스텝(Big step)’에서 ‘베이비 스텝(Baby step)’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준(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연 4.5~4.7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한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란 단어를 무려 15차례 썼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그만 올리거나 내린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라고도 했다. 그는 “회의 참가자들은 올해 두어 차례(A couple of more)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논의했다.”라면서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중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고금리 고통이 길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월 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관에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따라서 이번 인상한 연준(Fed)의 기준금리 연 4.50∼4.75%와의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최소 1.0%에서 최대 1.25%포인트까지 커진 것은 걱정스럽다. 연준(Fed) 위원들이 작년 말 전망한 올해 기준금리는 연 5.25~5.5%로 금리가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연준이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두 차례 더 해야 한다. 조만간 우리나라 금리와의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수출 격감 탓에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경기침체도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금리 역전 현상을 오래 방치하면 해외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락할 위험이 커진다. 이 와중에 물가까지 가파르게 뛰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은행도 “물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2월에도 상승률이 5%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향후 물가 경로상 중국의 봉쇄 완화로 ‘리 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하게 크다

이제 고금리·고물가가 금융·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거시경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운영에 총력을 기해야 할 때다. 물론 물가를 잡으면서 경제도 살려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줄타기인데 결단코 쉽지 않은 과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문별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 비상계획)’에 따라 적기에 대응하는 한편 최적의 정책 조합을 더욱 정교하게 모색하겠다.”라고 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를 좇아야 하는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보인다. 대신 정부와 금융 당국은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함은 당연하다. 우량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몰려 흑자 부도를 내는 일은 막아야 하지만 가망 없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의 퇴출 등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적 위기를 수반하는 상황 발생 시 나타나는 한계기업(좀비기업) 구조조정 등 이른바 ‘불황의 청산 효과’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동반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서둘러야 한다. 저성장·고물가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규제 혁파와 신성장 동력 발굴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조정·신용회복 프로그램도 더 촘촘히 짜야 할 것이다. 특히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이 어려운 취약 차주를 위한 정책으로 서민금융 공급을 10조 원까지 확대한다. 또한 최저 신용자에 대한 긴급생계비 대출을 100만 원까지 시행한다. 최저 신용자에 대한 특례 보증상품은 계획보다 2배나 확대해 2,800억 원을 지원한다. 다행이다. 하지만 현재 청년층에 적용되는 저신용 취약 차주 이자 감면, 상환유예 지원 프로그램을 전 연령 취약 차주로 확대하고, 기초생활수급자・고령자 등 상환 여력이 현저히 부족한 차주에게도 연체 90일 이전이라도 원금감면 등 채무 조정 지원을 서둘러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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