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여야, '민생 이슈' 선점 경쟁… 입장은 제각각
[정치포커스] 여야, '민생 이슈' 선점 경쟁… 입장은 제각각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1.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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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으로 민생 이슈 정치 한 가운데
대책보다는 '남 탓'만… 민생 현안 처리 미지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난방비 폭등' 사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민생 현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여야는 사안마다 이견을 내비쳐 처리가 미지수다.

◇野, '난방비 폭탄' 맹공
'30조 추경' '7.2조 지원금'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민생 화두를 계속 띄우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더욱 세지면서 '민생' 이슈에 집중해 변별점을 찾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 대표는 27일 전북 익산시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난방비 폭탄' 사태 관련, "정부가 어제 일부 취약계층에게 난방비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 잘했다고 말씀드린다"면서도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여론에 등 떠밀려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정책을 할 게 아니라, 이를 넘어서서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남 탓만 하는 유체이탈 화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제안했던 7조2000억원의 에너지 물가 지원금 지급 논의를 최대한 서두르고, 포괄적인 민생 회복을 위해서 30조원 규모의 민생 추가경정예산(추경), 민생 프로젝트 협의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천문학적 영업 이익을 거두고 또 최근 감세 혜택까지 누리고 있는 초거대 기업들이 위기 극복에, 국민 고통에 동참할 길을 마련해야 한다"며 횡재세와 연대 기여금 등 대안을 제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의 추가 지원 대책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찔끔 대책에 불과하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뺏었다가 주는 '조삼모사'"라고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든 정부·여당이 '전 정권 탓 공조'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난방비는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서 오르고, 최근 난방비 폭등은 국제적인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 주원인이다. 엉뚱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탈원전 정책 탓이라니, 거짓말을 하려거든 최소한 논리라도 맞추는 성의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나"고 비꼬았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에너지 빈곤 사각지대는 그저 냉각지대로 방치할 거냐"며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다가 난방비 폭탄이 터지자 무책임하게 '전 정부 탓'만 남발하면 정부의 무능이 가려지나"고 쏘아붙인 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야당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협치 창구를 열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李 방탄 위한 추경"
"포퓰리즘" "탈원전 때문"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30조 추경'과 '횡재세 통한 재원 마련' 등에 대해 방탄용 포퓰리즘 정책이란 취지로 거세게 비판했다. 이 대표가 28일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만큼, '방탄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2월인데 벌써 추경을 또 주장하고 있다. 난방비 폭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당 대표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국민 시선을 돌려보려는 의도가 또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된다"고 비꼬았다.

이어 "민주당이 일말의 책임감과 양심이 있다면 또다시 빚을 내서 재정을 풀자는 이런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민생 대책이라고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지난해 수익을 올렸으니 '횡재세'를 걷겠다고 했다"며 "이 대표의 주장은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힐난했다.

성 위의장은 "조세 정책의 기본인 예측성, 일관성, 안정성을 모두 무시하고 기업과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전형적인 민주당식 수법"이라면서 "에너지가 호황이면 정유사가 횡재세를 내고, 반도체가 호황이면 반도체 회사가 횡재세를 내야 하나"고 되물었다.

아울러 "재원 등에 대한 어떤 준비도 없이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30조 추경을 무리하게 주장하다 보니 이런 비논리적인 '횡재세'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난방비 폭등에 물 만난 고기처럼 국민 선동과 포퓰리즘 정치에 물불을 안 가리고 있다"며 "이 대표는 오늘도 '자기 방탄용' 30조 추경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민 혈세를 '이재명 방탄 유지 비용'에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꼬집었다.

신주호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2021년 5월 원료비 4% 상승 요청을 무시하고 오히려 3%를 깎았다"며 "가스공사는 이어지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대선을 앞둔 2022년 1~3월 가스 요금 인상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이 또한 묵살됐다"고 날을 세웠다.

신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필요한 요금 인상은 막고, 온갖 현금을 살포하며 흥청망청 국부를 탕진했다.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규모는 9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횡재세를 걷자거나, 30조가량이 대규모 추경을 통한 난방비 지원 등 포퓰리즘에 매달린 우둔한 내용뿐이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의 난방비 대란의 원흉은 국가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정권 연장을 위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농간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ㆍ안전 위기에 대한 산재ㆍ재난 유가족 및 피해자, 종교ㆍ인권ㆍ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ㆍ안전 위기에 대한 산재ㆍ재난 유가족 및 피해자, 종교ㆍ인권ㆍ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도 대립
與 "검토" 野 "무력화 시도"

여야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도 입장 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는데, 시행 결과를 분석해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산재 사망 사고가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오히려 8명이나 늘어났다. 또 중대재해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 중에서 실제 기소로 이어진 건 11건(5%)밖에 되지 않고, 재판 결과가 나온 건 1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기소된 11곳 중에서 중견기업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10곳이 중소기업과 중소건설 현장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재해 발생부터 기소까지 8개월이 걸렸는데, 이건 검찰·경찰이 수사를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법의 모호성이라든지 여러 가지 적용 문제 때문에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오랜 기간 수사가 진행되면 중소기업 경우 기업 전체가 어려워지고, 경영자뿐만 아니라 해당 근로자 모두에게 기업 경영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1월27일부터는 50인 미만의 사업장에도 법이 적용되는데, 시행 과정의 문제점을 면밀히 점검해서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신속한 처리가 될 수 있는 법 체계 정비가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후 처벌 위주로 돼 있어 예방 효과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며 "해당 상임위를 중심으로 한 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오늘로 1년을 맞았다"며 "법 도입 이후에도 지난해에만 6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특히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전년보다 사망자가 8명 증가했다고 한다. 일터에서 죽음의 행렬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지금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자는 주장을 하는 건 매우 옳지 않은 일"이라며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건 자유가 아니다. 폭력이다. 정부가 소위 자율이란 이름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야당 탄압에는 열일하는 검찰이 노동자 목숨 보호에는 '나 몰라라'"라며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법과 원칙'은 노동자의 목숨엔 적용되지 않는 거냐. 야당 탄압에 검찰력을 다 쏟아붓고 정작 노동자 생명 지키는 책임은 내팽개치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를 이유로 법 무용론을 퍼트려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의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한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진정 노동자 생명을 지키겠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철저히 시행하고, 법 적용 사각지대를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앞선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법률·시행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TF는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형사법, 경제법,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 8명으로 꾸려졌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운영에 어려움을 끼치고, 법과 시행령에 불명확한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며 개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다.

권기섭 차관은 TF 발족식에서 "입법 취지와 달리 한계가 있는 건 아닌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가 현장에서 왜곡되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면서 "입법 취지를 달성하는 데 장애 요인이 있다면 가감 없이 밝히고 개선 방안을 찾아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류성걸 경제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안정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류성걸 경제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안정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생' 드라이브 거는 與
부동산 규제·소상공인 살펴

여당도 최근 민생 이슈 관련 광폭 행보를 나타냈다.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지는 만큼, '일 잘하는 여당'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27일 열린 5차 회의에서 부동산 규제 현황 및 개선 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최근 논란된 전세·미분양 사기 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뤘다.

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상화,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난 정권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의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에서 시장 관리 목적으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를 과다하게 활용한 부분이 있어서 납세 불평과 징벌적 과세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기획재정부에는 이런 과세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합리화하고, 조세원칙에 맞춰 정상화 원칙 하에 앞으로도 세제 전반을 지속해서 개선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규제 정상화 관련해서는 앞으로 현장 목소리를 많이 청취하기 위해 민간협회나 단체 등과 정기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관계부처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양극화 부분에 관심 갖도록 사고, 규제 완화를 통해 양극화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서 "중소상공인,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힘든지는 굳이 내가 말씀 안 드려도 다 공감하실 것"이라면서 "자영업자의 비율이 24%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2~3배 이상 높은 것부터, 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고, 한 3년간 코로나가 지속됐고, 고환율·고이자·인플레이션 등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닌 걸로 잘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빨리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지 늘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집행부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정책위가 정례적으로 정책 간담회를 가지며 주요한 사항, 입법 필요 사항, 정책 개선 필요 사항, 지원 필요 사항 등을 꼼꼼히 챙겨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