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오닉 '6', '육'으로 부르면 어떨까
[기자수첩] 아이오닉 '6', '육'으로 부르면 어떨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3.01.18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 모델명에 붙는 숫자를 영어로 소리 내어 읽도록 한다. ‘아이오닉 6’은 식스(six)로 읽는 식이다. 홍보 용어 활용의 일환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영어 읽기로 통일한 것으로 보인다. 숫자 앞에 나오는 영단어 아이오닉에 이어 똑같이 영어로 읽게 하는 연속성을 고려한 까닭도 엿보인다.

차량명은 고유명사다. 제조사가 이름 지어 부르기 나름이다.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 6의 숫자를 식스로 부르면서 모두 따라 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라비아 숫자를 쓰면 국내에서는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의 읽고 쓰기가 난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머릿속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한글로 읽는지 영어로 읽는지에 따라 조사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 6을 ‘육’으로 읽을 경우 뒤에 따라 붙는 조사는 ‘은’ 또는 ‘이’가 된다. ‘식스’로 읽으면 ‘는’ 또는 ‘가’가 어울린다. 글쓴이마다 특정 단어에 붙는 숫자 뒤에 조사 사용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지는 현대차그룹의 차명 뒤 숫자를 고유명사로 읽어 조사의 통일성을 갖기로 했다.

아이오닉 육으로 읽어야 한다고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어문 규정은 없다. 국립국어원은 아라비아 숫자를 관습적으로 외국어로 읽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딱히 아라비아 숫자의 우리말 읽기를 권장하지도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먼저 달라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일 신년회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를 계승한 ‘N Vision 74’에 대해 “해외에서도 한국어인 ‘칠사’로 커뮤니케이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차명에 붙은 숫자를 우리말로 부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판매량 글로벌 톱3에 오르는 등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진 만큼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글로벌 마케팅 등을 이유로 차명의 숫자를 영어로만 불러야 한다는 관념을 뒤집었다. 더 이상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굳이 숫자를 영어로만 불러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른 차명의 숫자는 모두 영어로 부르는데 N Vision 74의 숫자만 우리말로 말한다. 특히 국내에서도 한국인끼리 사용하는 숫자 말소리를 영어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어 남용으로 볼 수 있다.

이참에 숫자를 우리말로 부르는 건 어떨까. 이젠 N Vision 74의 자신감을 다른 모델에도 적용하면 좋을듯 하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등 다른 기업 제품들도 숫자를 영어로 부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최소한 국내에서만큼 모델명의 숫자를 우리말로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은 환경을 선도할 수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