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도의 방식, 침묵만이 답인가
[기자수첩] 애도의 방식, 침묵만이 답인가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12.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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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도심 한복판에서 압사라는 미개한 일이 벌어지다니, 슬픈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나라인 줄도 모르고 한국 문화에 열렬한 찬사를 보내며 엄지를 추켜세우던 세계인들에게 실상을 들킨 것 같아 괜한 염치없는 기분도 들었던 듯하다.

다시는 이런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참사 관련 정부 책임론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과연 정부만의 잘못이었는지는 깊이 따져봐야 할 것 같다.

현장 감독이나 조치는 정부 소관이라고 하더라도 핼러윈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참혹할 지경의 안전사고 문제를 예상하지도, 제기하지도 못했다면 적어도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까지 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안전불감증을 가지고 살듯, 정부도 압사 참사는 처음 맞닥뜨린 상황이었을 테니 말이다. 가슴 아픈 일을 정쟁 도구로 삼지 말고 이번만큼은 한마음으로 보듬어가며 재발 방지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슬픔의 크기가 너무 크면 오히려 초연해져 무감각 상태에 이르게 마련이다. 정지된 감각에 심리적 안정마저 든다. 그 안정은 초 고도화된 성숙을 낳고 성숙함은 발전에 기여한다.

국가적 재난을 거친 우리는 이쯤에서 안전 문제뿐 아니라 보다 성숙하게 슬퍼하는 법을 알아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참사 다음 날인 10월30일부터 11월5일까지 1주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엄숙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모든 사람이 애도해야 할 당위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도 기간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도 적지 않았다.

정부의 일방적인 애도 기간 결정에 특히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을 들여다봐야 하겠다. 정부나 지자체 주최로 기획된 공연은 일정이 연기돼도 대체로 투자된 금액이 보전돼 손해를 보진 않는다.

그러나 민간업체에서 마련한 공연은 이번 애도 기간에 취소돼 생계에 타격을 입은 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도도 중요하지만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준비한 게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리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심정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또 그것을 기다렸던 관객들은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애도 기간이라고 해서 생업을 멈춘 업계는 없었다. 문화예술계가 국가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한 산업임에도 홀대받는 게 안타깝다.

또한 애도의 방식도 이제 선진국화해야 한다. 애도를 한다고 하여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나라는 없다. 공연 중 3분 정도 묵념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기념관이 세워지는 건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잊어버리기 위해서지. 무언가를 추모하는 것만큼 그것을 망각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야”

꼭 침묵만이 애도의 방법은 아니다. 본질이 중요하다. 모든 애도가 진실을 가리기 위한 요식행위로 오해받지 않길 바란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