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권력 대립 격화… 文 "서훈은 최고의 북한 협상가"
與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제발 도는 넘지 말아달라"
문재인 정부 시절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새벽 구속되자 신구 권력 대립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야권은 일제히 "정치보복"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여권은 며칠 전 문 전 대통령의 "도를 넘지말라"는 경고를 빗대 "도 넘는 저항"이라고 맞섰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SNS에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면서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에도 최상의 정보협력관계를 구축해 미국과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의 북핵 미사일위기를 넘고 평화올림픽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간에도 한미간에도 최고의 협상전략은 신뢰"라며 "신뢰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긴 세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서 전 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인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된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며 "도를 넘지 말라"고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차별적인 정치보복을 위해 수십 년을 조국을 위해 헌신한 대북 전문가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냐. 참 아둔한 정부"라고 비난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너무도 뜻밖이고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에 더 적극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월북몰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 후 논평을 내고 "서 전 실장을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평범한 우리 공무원을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것도 모자라 국가가 나서 자료를 조작 은폐해 월북몰이로 규정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서 전 시장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서 전 실장을 두둔해 어떻게든 자신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다"며 "제발 도는 넘지 말아달라"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사법부는 '도를 넘지 말라'는 문 전 대통령의 궁색한 협박, 서 전 실장의 너절한 석명(釋明)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서늘하다"며 "문재인 정권의 민낯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이 사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라며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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