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복합 경제위기 속 꺼져가는 수출 동력, 산업 전반 리셋 화급
[기고] 복합 경제위기 속 꺼져가는 수출 동력, 산업 전반 리셋 화급
  • 신아일보
  • 승인 2022.12.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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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전 세계가 복합 경제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 엔진이 빠르게 꺼져가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9억1,000만 달러로 1년 전 603억3,000만 달러와에 비교해 14.0%나 줄었다. 수출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 긴축 등 글로벌 경기둔화,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5월의 23.7% 감소 이후 2년 반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동차, 이차전지, 석유제품 등의 수출은 증가세를 계속 이어갔다. 특히, 자동차는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한국경제의 주춧돌인 반도체 수출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84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9.8%나 감소했다. 서버 수요 둔화,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었다. D램 고정가는 올해 초 3.41달러에서 10〜11월 2.21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반면에 지난 11월 수입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이 전년 동월 122억1,000만 달러와 비교해 27.1%인 33억 달러나 증가한 155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이러한 여파로 전체 수입액은 589억3,000만 달러로 1년 전 22억1,000만 달러와 비교해 2.7%나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70억1,000만 달러(약 9조1,000억 원) 적자로 지난달인 10월의 67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이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에 빠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믿었던 수출마저 두 달 연속 감소해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425억6,100만 달러에 달해 무역수지 통계를 낸 1956년 이래 최대치를 경신하며 연간 적자는 5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수출 동력이 꺼지면서 4분기 경제 역성장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문제는 내년 이후에도 수출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수출은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보인다. 

지난 11월 1일 한국무역협회(KITA)는 ‘올해 수출입 평가 및 내년 전망’을 통해“우크라이나 전쟁의 여진과 통화 긴축으로 무역 환경이 더 어두워질 것”이라며 내년 수출은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4% 감소한 6,624억 달러, 수입은 국내 경기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8% 줄어든 6,762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내년 무역수지가 138억 달러 적자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경기 부진이 내년 1분기에 본격화해 2024년 2분기(4~6월)까지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한 와중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 복합 경제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에 대한 리셋(Reset)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야만 한다. 구조적 무역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첩경은 기술 초격차 확보와 인재 육성으로 첨단 신산업 육성을 통해 한국 기업과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신냉전, 블록화, 경제 안보 및 기술 안보가 국가안보와 동일시되는 ‘지경학적(Geo-economics)’ 시대에 맞도록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산업구조도 리셋(Reset)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2차 전지, 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에서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원전, 방산, 건설 인프라,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드론 등 신산업을 수출 첨병으로 육성해야만 한다.

특히, 미국이 대(對)중국 압박을 지속하며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수출 시장의 다변화는 무엇보다 화급하다.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이 여섯 달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113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5%나 감소했다. 중국에 이어 수출액 2위인 아세안도 90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9% 감소했다. 거대 시장의 부진이 한국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유럽과 미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중동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주요 시장별 맞춤형 수출전략 추진을 강화해야 한다. 아세안·미국·중국 3대 주력 시장에 대해서는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출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동·중남미·유럽연합(EU) 3대 전략시장은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 등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 현지 진출 지원 및 수출 확대 촉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근인(根因)은 에너지 수입액 급증이다. 수입액 증가는 어쩔 수 없더라도 기업과 전 국민이 모두가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산업을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과감히 전환해야만 한다. 수출은 기업이 한다지만 수출의 돌파구는 기업의 발목에 채워져 있는 모래주머니부터 제거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일관된 의지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노동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 

한편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건 글로벌 경쟁이 한창이지만, 막상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 논의는 지난 8월 발의 이후 4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이 반도체 기술 패권을 쥐고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사실상 허송세월하고만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은 속도가 곧 생명인 ‘속도전’의 전형이다.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 통과가 마냥 늦어진다면 위기에 빠진 ‘K반도체’를 구할 ‘골든 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조속한 통과와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이 글로벌 정글에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줘야 함은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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