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차권등기명령 후 월세 내지 않아도 된다
[기고] 임차권등기명령 후 월세 내지 않아도 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22.11.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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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 “새집 계약이 코앞인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이사부터 하자는 마음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차권등기가 완료될 때까지 기존 집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 머무르는 동안 발생한 월세나 관리비 등을 내야 하나요?”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사해야 할 때 세입자 지위를 유지 시키는 안전장치와 같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은 완료되기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세입자가 머무르는 기간에 발생한 거주 비용을 두고 집주인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택 임대차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비록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더라도 집을 비워주지 않는 이상 여전히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로 각자의 의무를 지켜야한다.

따라서 임차권등기명령 완료까지 거주를 희망한다면 거주 비용과 관리비에 관해서는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면 세입자의 월세납부 의무는 없어진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 해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기존 주택에서도 여전히 세입자의 지위에 있음을 증명하는 법 절차다. 즉 임차권등기가 완료됐다면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아도 세입자의 지위에 있으며 명도의무(집을 비워주는 의무) 역시 지켰다는 의미다.

다만 임차권등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에 머물고 있다면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했더라도 세입자 역시 동시이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해당 주택에 머무는 동안 주거비용과 관리비 일체를 세입자가 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물론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겠지만, 전세금 분쟁에서 핵심은 법률상 동시이행 관계 여부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후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상황이라면 어떨까. 임차권등기는 완료까지 평균 2~3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다만 완료된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를 완료한 후 다른 곳으로 이사 및 전출신고를 했다면 그때부터는 문제 주택의 주거비나 관리비 등을 납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임차권등기에 앙심을 품은 집주인이 주거비용을 납부해야 한다고 맞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임차권등기는 전세금반환 의무를 지키지 않는 집주인에 대응하는 정당한 법 절차이기 때문에 집주인의 주장은 법률상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시점부터 전세금반환이 이뤄질 때까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지연이자까지 청구할 권리가 생긴다.

그렇다면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를 완료시켰고 다른 곳으로 전출까지 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계속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임차권등기와 다른 곳으로의 전출은 세입자가 지켜야 할 명도의무를 완전하게 지켰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한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고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집주인이 가진 거의 모든 재산을 상대로 강제집행까지 진행할 수 있다.

전세금반환소송이란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2022 전세금 통계’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 310건 중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01건으로 조사됐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