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양보 없는 노정 마찰…대한민국 동맥경화 위기
한 치 양보 없는 노정 마찰…대한민국 동맥경화 위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2.11.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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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철도·의료 등 올겨울 한파보다 무서운 '동시다발 노조 파업'
경제 위기 속 꽉 막힌 물류·산업…대중교통 이용자 불편도 우려
정부, 불법 낙인찍고 강경 대응…노조, 투쟁 수위 높이며 버티기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사진=대통령실·화물연대)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사진=대통령실·화물연대)

노동계와 정부가 한 치 물러섬 없이 맞서면서 대한민국이 동맥경화 위기에 빠졌다. 화물과 철도, 의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올해 겨울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파업이 한파보다 무섭다. 경제 위기 먹구름이 짙은 상황에서 물류는 꽉 막히고 산업 현장은 가동을 멈췄다. 일상을 대중교통과 함께 하는 국민들의 불편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노조 파업에 '불법' 낙인을 찍었고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이며 더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0일 서울의 한 시멘트 운송업체 현장 조사 후 기자들에게 "위기 임박 단계가 진행됐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지 주저 없이 추가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를 대상으로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을 다른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9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추가 업무개시명령 가능성에 대한 기자 질문에 "운송 거부 사태가 국가 경제에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매일 매일 저희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추가적인 조치에 관해서는 판단이 설 때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면서 업무개시명령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멘트 분야 운송 업무개시명령 관련 정부 계획을 설명했다. (사진=국토부)
원희룡 국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멘트 분야 운송 업무개시명령 관련 정부 계획을 설명했다. (사진=국토부)

화물연대와 화물연대가 속한 민주노총은 정부의 이런 대응 기조에 강력히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시멘트 분야 운송 업무개시명령이 발동한 날 결의대회를 열고 업무개시명령 거부와 총파업 지속 의지를 담아 본부 임원 및 지역본부장 삭발식을 단행했다.

민주노총은 30일 긴급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오는 3일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뒤 6일 동시다발적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강대강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산업계 피해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 집계 기준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63%로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 등 일부 주유소에서는 재고 부족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철강은 평일 일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서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는 카캐리어탁송이 중단돼 완성차를 로드탁송 방식으로 대체 운송 중이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는 일부 지역에서 출하 회복 기미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출하 차질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30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30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올겨울 파업은 전방위적이다. 지난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와 서울대병원 분회 파업을 시작으로 화물, 철도, 학교 비정규직까지 파업 기류가 몰아쳤다.

30일 서울교통공사 양대 노조가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전국철도노동조합도 2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철도 파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강경하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27일 부산역에서 철도노조 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을 점검하면서 "아무런 근거 없는 민영화를 내세워 국민 안전과 이동권을 볼모로 잡고 자행하는 파업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일단 파업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대화보다 강경 대응으로 맞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노조의 파업을 통한 요구 관철 방식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은 30일 오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만 불법은 안 된다"며 "더구나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하거나 조직화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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