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연이은 외교·행정 실책…대표팀 성적 하락 이어져
그나마 권오갑 회장 유력 후보 거론…70세 미만 제한 변수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협회장 임기 내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어려움을 겪게됐다. 한국축구가 이번에 16강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정 회장 뿐 아니라 범현대가의 축구협회 내 입지도 축소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한국 축구에 뿌리 내린 범현대가 명맥이 끊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범현대가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8일 열린 한국대표팀은 조별예선 가나전에 패했다. 아직 포르투갈전이 남았지만 조별예선 2경기 1무1패를 기록한 한국대표팀은 16강 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협회장에 취임한 뒤 2연임 하는 동안 16강 진출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는 회장이 된다. 정 회장의 협회장 임기가 오는 2025년 1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내 굵직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셈이다.
이 경우 범현대가의 축구 위기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993~2005년 축구협회장을 지내며 범현대가 주축으로 축구계 저변을 넓혔다. 특히 정몽준 이사장은 탁월한 외교·행정력을 바탕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이어 2009~2013년엔 1980년대 프로축구팀 울산현대 코치·감독을 역임한 조중연 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 회장 임기 당시에도 범현대가 주요 인사들이 협회에 남았다. 이후 정 회장이 현재까지 회장직을 2연임하며 축구협회 내 범현대가 지위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다음 축구협회장으로 범현대가 출신 인물은 어려울 수 있다.
그나마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권 회장은 현재 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다. 축구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 아닌 만큼 축구협회장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축구협회장 선거일 기준 만 70세 미만으로 제한 된 후보 자격 때문에 선거에 나설 수 없다. 그는 올해 만 71세다. 유일한 방법은 축구협회 정관 변경이다.
그러나 현재 범현대가의 정 회장은 이번 월드컵 성적 말고도 많이 흔들렸다. 특히 부족한 국제 외교력과 부실 행정이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대표팀이 국제무대에 성적 부진을 겪는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다.
2022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회는 축구협회 부실 행정이 성적 부진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축구협회는 지난 7월 일본에서 치러진 2022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일본 비자를 뒤늦게 신청했다. 이 때문에 한국대표팀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참가했지만 한국대표팀은 최종전에서 일본에 0대3으로 참패했다. 지난해 3월 일본과 맞붙은 친선전에서 0대3으로 패한 뒤 같은 점수로 똑같이 패한 성적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일본전 패배 이후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협회장이 개별 경기 결과에 사과문을 낸 건 처음이다. 정 회장은 당시 사과문에서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책임이 크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뒤인 올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축구협회의 부실한 행정력이 대표팀의 부족한 경기력과 결과로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23 아시안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밀린 점도 정 회장의 부족한 외교력 때문이란 지적이다. 정 회장은 2023 아시안컵 유치를 위해 지난 9월 말레이시아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들을 일일이 만나 한국의 아시안컵 개최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집행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며 개최권이 카타르에 넘어갔다.
권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받지 못하면 현대가의 축구계 명맥은 끊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