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정몽규 마지막…16강 빨간불, 범현대가 '위기'
'2022 월드컵' 정몽규 마지막…16강 빨간불, 범현대가 '위기'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11.3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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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축구협회장 임기끝, 차기회장에 범현대가 명맥 끝
정 회장, 연이은 외교·행정 실책…대표팀 성적 하락 이어져
그나마 권오갑 회장 유력 후보 거론…70세 미만 제한 변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과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지난 21일(현지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답사하며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과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지난 21일(현지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답사하며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협회장 임기 내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어려움을 겪게됐다. 한국축구가 이번에 16강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정 회장 뿐 아니라 범현대가의 축구협회 내 입지도 축소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한국 축구에 뿌리 내린 범현대가 명맥이 끊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범현대가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8일 열린 한국대표팀은 조별예선 가나전에 패했다. 아직 포르투갈전이 남았지만 조별예선 2경기 1무1패를 기록한 한국대표팀은 16강 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협회장에 취임한 뒤 2연임 하는 동안 16강 진출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는 회장이 된다. 정 회장의 협회장 임기가 오는 2025년 1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내 굵직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셈이다.

이 경우 범현대가의 축구 위기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993~2005년 축구협회장을 지내며 범현대가 주축으로 축구계 저변을 넓혔다. 특히 정몽준 이사장은 탁월한 외교·행정력을 바탕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이어 2009~2013년엔 1980년대 프로축구팀 울산현대 코치·감독을 역임한 조중연 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 회장 임기 당시에도 범현대가 주요 인사들이 협회에 남았다. 이후 정 회장이 현재까지 회장직을 2연임하며 축구협회 내 범현대가 지위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다음 축구협회장으로 범현대가 출신 인물은 어려울 수 있다.

그나마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권 회장은 현재 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다. 축구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 아닌 만큼 축구협회장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축구협회장 선거일 기준 만 70세 미만으로 제한 된 후보 자격 때문에 선거에 나설 수 없다. 그는 올해 만 71세다. 유일한 방법은 축구협회 정관 변경이다.

그러나 현재 범현대가의 정 회장은 이번 월드컵 성적 말고도 많이 흔들렸다. 특히 부족한 국제 외교력과 부실 행정이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대표팀이 국제무대에 성적 부진을 겪는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다.

2022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회는 축구협회 부실 행정이 성적 부진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축구협회는 지난 7월 일본에서 치러진 2022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일본 비자를 뒤늦게 신청했다. 이 때문에 한국대표팀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참가했지만 한국대표팀은 최종전에서 일본에 0대3으로 참패했다. 지난해 3월 일본과 맞붙은 친선전에서 0대3으로 패한 뒤 같은 점수로 똑같이 패한 성적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일본전 패배 이후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협회장이 개별 경기 결과에 사과문을 낸 건 처음이다. 정 회장은 당시 사과문에서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책임이 크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뒤인 올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축구협회의 부실한 행정력이 대표팀의 부족한 경기력과 결과로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23 아시안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밀린 점도 정 회장의 부족한 외교력 때문이란 지적이다. 정 회장은 2023 아시안컵 유치를 위해 지난 9월 말레이시아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들을 일일이 만나 한국의 아시안컵 개최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집행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며 개최권이 카타르에 넘어갔다.

권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받지 못하면 현대가의 축구계 명맥은 끊길 것으로 보인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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