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 한국의 '존 디어' 길 간다…농업 솔루션 본격화
대동, 한국의 '존 디어' 길 간다…농업 솔루션 본격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11.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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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애그테크, 내년 '농자재 스마트스토어' 서비스 개시
나영중 COO "디지털 파밍 수퍼앱 개발, 수익모델 창출"
지난 22일 대동 대구공장에서 대동애그테크의 사업방향을 설명하는 나영중 상무.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 22일 대동 대구공장에서 대동애그테크의 사업방향을 설명하는 나영중 상무. [사진=박성은 기자]

농기계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대동이 스마트 농업으로 외연을 확장한다. 작물 생산부터 수확, 판매까지 농업 전 주기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래농업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대동은 우선 내년 중 병충해 진단·처방 등 영농 컨설팅과 농자재 스마트 스토어 서비스부터 개시한다.  

나영중 대동애그테크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최근 대동 대구공장에서 '미래농업 플랫폼 사업방향'을 발표했다. 

나 COO는 “우리는 농기계 업계 최초의 미래농업 플랫폼 회사”라며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파밍용 통합 수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로 농민이 농사짓는 것부터 수확과 판매, 수익까지 얻을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솔루션 기업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농기계를 주력으로 한 대동그룹은 미래농업 3대 핵심사업으로 스마트 농기계, 스마트팜, 스마트 모빌리티를 꼽았다. 대동애그테크는 스마트팜 사업을 전담하는 대동의 자회사다. 대동은 지난해 11월 현대오토에버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후 올 2월 합작회사 대동애그테크를 탄생시켰다. 권기재 대동 DT추진실장이 대표를 겸임 중이고 나 상무가 COO를 맡고 있다. 플랫폼 사업 전문가인 나 상무는 국내 최초의 영상기반 차량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을 경영하고 플랫폼 기업에서 총괄 부사장으로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을 직접 개발·운영했다.

◇'정밀농업' 플랫폼, 국내 농기계 업계 첫 시도

대동애그테크는 농업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농가, 영농법인 등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밀농업(Precision Farming)’ 플랫폼 구축이 최우선 과제다. 정밀농업은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비료, 물, 노동력 등 투입 자원은 최소화하면서도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미래농업 기술이다. 국내 농기계 업계에서 정밀농업 플랫폼 사업에 나서는 곳은 대동이 유일하다. 

나 상무는 “미국의 ‘존 디어(John Deere)’를 벤치마킹했다”며 “존 디어가 30여년간 쌓은 데이터를 앞세워 정밀농업 파밍 솔루션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데 우리는 압축성장을 통해 존 디어처럼 수익 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디어는 글로벌 최대 농기계 메이커 ‘디어앤컴퍼니(D&C)’ 창업자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전 세계 농기계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한다. 1990년대 초반 농업용 트랙터에 인공위성 GPS 위치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면서 정밀농업의 시작을 알렸다. 존 디어는 관련 기술을 꾸준히 진화시켜 지금은 세분화된 단위 면적에 △종자·비료·농약 투입의 최적화 △토양 영양·특성에 따른 종자 선택 △파종의 정확한 간격과 밀도 파악 △인공위성·드론을 활용한 작황 예찰 △수확량 사전 예측 등 작물 생산주기 전 과정에 첨단 과학기술을 입히며 수익을 창출한다. 대동애그테크가 궁극적으로 존 디어의 길을 가겠다는 얘기다.

◇2027년까지 10만대 '대동커넥트' 서비스 장착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중물은 지난해 3월 선보인 ICT 기반의 ‘대동 커넥트’ 앱이다. 대동 커넥트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의 원격·제어 관리가 가능한 텔레매틱스(Telematics, 무선인터넷 기술) 기반의 서비스다. 대동의 59~120마력 이상의 트랙터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차량 관제·관리, 작업일지, 안심구역 및 시간설정, 긴급 호출 등의 기능을 한다. 단말기가 각 정보를 수집해 중앙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면서 빅데이터를 쌓는다. 

대동커넥트 원격 시동 화면의 예. [사진=대동]
대동커넥트 원격 시동 화면의 예. [사진=대동]

나 상무는 “현재 4500여대의 대동 트랙터에 텔레매틱스 단말기가 장착됐고 1000여명의 농가·영농법인 등이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며 “2027년까지 농기계 10만대에 대동 커넥트를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3만대 보급 때부터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동애그테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대동 커넥트 앱으로 작물 생육관리 등 영농 컨설팅 서비스를 개시한다. 농기계 주문부터 결제까지 온라인에서 가능한 ‘대동 스마트 스토어’도 구축한다. 특히 영농 컨설팅은 작물의 병충해 진단, 처방이 가능한 수준이 목표다. 나 상무는 “앱 하나로 병해충 진단, 적절한 농약 추천, 생육 시비 정보 제공 등 영농 전반에 도움을 줘 농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동애그테크는 중장기적으로 대동 커넥트 앱을 디지털 파밍용 통합 앱, 이른바 수퍼 앱으로 확장시켜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다. 정밀농업 솔루션 제공은 물론 농산물 온라인 중계, 영농 대행, 보험사와 연계한 농기계 보험상품 개발, 농기계 원격 진단·처방 서비스 등 다양하다. 

나 상무는 “관련 빅데이터와 일정 규모의 고객을 확보하면 다양한 사업과 접목시켜 새로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하비파머(Hobby Farmer, 취미로 농사짓는 사람)를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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