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돈은 곧 신뢰다
[기자 수첩] 돈은 곧 신뢰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11.15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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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 미행사 여파가 가시지 않으며 금융당국 책임론까지 확대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흥국생명은 11월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흥국생명은 금리인상기 기존 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페널티를 받더라도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실리가 높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수요도 줄었다. 실제 흥국생명은 9월7일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발행했지만 시장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환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조건은 암묵적인 관행이다. 조기 상환을 미실시했다는 것이 '부도'의 의미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발표 이후 채권가격은 30%가량 급락했다. 또 동양생명과 우리은행, 신한금융지주 등의 다른 금융권 외화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떨어졌다. 

흥국생명발 외화채권 시장 경색 우려가 확대되자 흥국생명은 6일 만에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당시 흥국생명 관계자는 "당사의 수익성과 자금유동성, 재무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황이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의 기존 결정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채무불이행에 대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감원 등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며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 상황과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 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 기업의 실리와 금융당국의 성급한 결론이 한국물 채권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되돌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돈은 곧 신뢰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