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태원 참사',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기자수첩] '이태원 참사',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11.09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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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대한민국이 실의에 잠겼다. 정치권에서도 저마다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식 사과를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매일같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종교계 행사에 참석했으며, 늘 으르렁대던 여야는 사건 초기 당시만 해도 일제히 입 모아 정쟁을 멈추고 참사 수습에 초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입 모았다. 책임을 통감한다, 위로를 전한다는 수식이 정치권을 떠다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없고, 주무장관으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경찰과 소방 인력을 투입했었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면피성 발언부터 한 이상민 장관은 여전히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여야는 다시 서로를 향해 책임을 떠넘긴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이 모든 사태의 잘못이 '경찰'이라는 한 집단을 향하는 모습이다. 경찰의 잘못이 없단 게 아니다. 하지만 비단 경찰이라는 한 집단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걸 국민은 알고 있다.

정치권은 현재 '국가의 존재 이유', '무한 책임' 같은 거대 담론을 꺼내놓는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는 존재한다"는 말도 반복한다. 증명하지 못하는 국가의 존재 이유나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무한 책임 같은 건 내뱉고 나면 흩어질,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기억될 말들은 이런 것이다.

 "(방송사들이) '안전도 주의해야 한다'는 방송도 좀 했어야 하는데, '다 괜찮다'고 난리 쳐버리니까 젊은 여성들이 한 번에 많이 몰렸다."(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현재 대한민국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엉켜있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생명이 스러져 가는 걸 봐야 했다는 무력감과 세월호 참사라는 큰 슬픔을 겪은 이후로도 별다른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까닭 알 수 없는,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갖게 되는 일종의 부채감. 

국가애도기간이 지나고 사회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없다면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시간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국민도 우리의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선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여야는 진상 규명 방법을 두고도 국정조사니, 특검이니, 수사부터 해야 한다느니 신경전을 벌인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니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도 더딜 수밖에 없다.

이런 정치권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mjkang@shinailbo.co.kr